부산시가 2004년 황령산에 아시아 최고 높이의 ‘아시아드타워’를 건립하겠다고 나섰다가 무산된 이후 황령산 개발계획은 20년째 표류했다. 특히 황령산 유원지는 2008년 스노우캐슬 사업 시행자의 부도로 영업이 중단되면서 도심의 흉물로 전락했다. 황령산에 전망대와 케이블카를 건립하는 민간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길었던 황령산의 ‘흑역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새 관광 랜드마크 절실
사업 시행사인 대원플러스 측은 일본의 도쿄 스카이트리, 중국의 광저우 타워나 동방명주, 서울의 남산타워 등 국내외 전망시설을 면밀히 분석해 황령산 봉수 전망대를 짓겠다고 밝혔다. 남산타워의 경우 매년 1052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는데, 관광 콘텐츠가 부족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황령산은 방문객이 88만 명에 그치고 있다. 대원플러스는 사업이 완료되면 황령산 전망대를 찾는 관광객이 매년 490만 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한다.
수십 년째 해운대와 광안리로 승부하는 ‘관광도시’ 부산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관광 랜드마크가 절실하다. 지난해 2월 (사)한국마이스관광학회가 수행한 ‘황령산 봉수 전망대 필요성 및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부산의 랜드마크가 있느냐’는 질문에 2.53점(5점 만점)밖에 주지 않았다. 특히 관광 자원으로서 산을 잘 활용하고 있냐는 물음에는 1.85점으로 극히 저조했다.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오창호 교수는 “부산이 국제관광도시이자 글로벌 허브 도시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광 랜드마크가 절실하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 이에 대한 이견은 거의 없다”며 “황령산은 접근성 등의 이유로 타지에서 온 관광객이 쉽게 찾기 힘든 곳이었다. 이를 잘 개발하면 산에서 바다 뷰를 조망할 수 있는 독특한 국제적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파급 효과 역시 기대된다. 대원플러스 측은 종합 개발이 완료되면 개장 이후를 포함해 4만 6659명의 직간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본다. 케이블카가 활성화돼 황령산으로 단절됐던 서면 일대와 수영구·남구 일대를 잇는다면 일대 상권이 살아난다는 기대감도 있다. 시행사는 봉수 전망대와 케이블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스노우캐슬 자리에 세계적인 수준의 복합리조트도 유치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대원플러스 관계자는 “부산 기업이 2조 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수행한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며 “주 4.5일제 도입 논의로 국내외 관광객의 체류형 소비를 유치하려는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황령산 개발로 관광도시 부산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환경 문제는 숙제
황령산 개발 계획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먼저 황령산에 설치된 고압 송전선로로 인한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부산시는 지난달 25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황령산 케이블카 2단계 조성 사업에 대해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154kV 전압의 송전선로와 케이블카 동선이 일부 겹칠 수 있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 측은 심의 내용을 토대로 계획을 보완해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환경단체는 황령산 개발 계획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황령산 정상에 대규모 인공 구조물이 들어서면 경관 훼손과 더불어 광범위한 자연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황령산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는 “도심의 허파이자 시민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재인 황령산을 난개발해선 안된다”며 개발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와 공공기여 부분도 확정해야 한다. 시행사가 부산시와 업무 협약을 한 이후에도 4년이나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건 부산진구청과 사업 시행자가 진입도로 신규 개설·확충 등 공공기여에 관한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 크다.
대원플러스 최삼섭 회장은 “TV 방송 송신탑의 전파 간섭 문제 등 황령산을 둘러싼 여러 이슈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지역의 전통 산업이 날로 쇠퇴하고 있고 내수는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황령산 유원지 관광 개발을 통해 부산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