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30일(현지시간)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건부로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에 성공함에 따라 이 투자 패키지의 성격과 재원 마련 방법 등에 관심이 쏠린다. 486조 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0% 수준이다.
언뜻 보면 한국 경제가 감당하기에 큰 부담이 따르는 수준처럼 보이지만, 직접 투자로 볼 수 있는 지분 투자보다는 공적 금융기관이 담보하는 보증 위주로 구성될 예정이다. 우리 협상단 측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의를 도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후 가진 긴급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로 조성될 3500억 달러 펀드 가운데 1500억 달러는 한미 조선 협력 펀드로, 2000억 달러는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에 대한 대미 투자펀드로 구성될 것으로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제시한 3500억 달러는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인 1조 8699억 달러의 19%에 달한다.
김 정책실장은 예상보다 크다는 평가를 받는 투자펀드 금액과 관련해선,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 펀드 1500억 달러를 제외하면 펀드 규모는 2000억 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조선 전용 펀드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이 사실상 한국 기업들뿐이라는 점에서 우리 기업이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 될 것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일본이 미국에 제공하기로 한 5500억 달러(약 757조 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투자 펀드'에서 배수 효과가 높은 보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실질적 부담은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실장은 "(펀드에서) 에쿼티, 직접투자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고, 대부분이 대출과 보증으로 본다"며 "수출입은행(수은)이나 무역보험공사(무보)가 하는 보증이 대출보다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이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할 거 같고, 그다음이 대출, 직접투자 비중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정부 역시 '투자 펀드'의 조성 방법과 관련해 출자는 1∼2% 수준이고, 나머지 부분은 일본 정부계 금융기관의 융자, 융자 보증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 정책실장도 이런 일본 사례를 참고해 한국의 투자펀드도 같은 조성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정책실장은 한미 조선 협력 펀드의 차별성을 언급하며 일본과는 다른 차원의 투자펀드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후 ‘투자펀드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저희 내부적으로는 재투자 개념일 것 같다"며 "미국 정부가 사업을 제안해 구매 보증하고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그런 것이면 미국이 이익을 90% 가져가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