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전 4호기가 6일 설계수명 40년이 종료돼 가동을 멈췄다. 이로써 해체 작업을 앞두고 있는 고리1호기, 수명이 종료된 고리 2·3호기와 함께 고리 1~4호기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는 최초 운전허가기간이 만료되는 고리4호기의 가동을 6일 일시 정지하고, 안전성을 최우선 전제로 계속운전을 추진한다고 이날 밝혔다.
정부와 한수원은 향후 전력 수요와 신규 원전 건설에 드는 비용 등 경제성을 고려해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이라도 법상 추가 운영 기한인 10년간 더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동일 노형 발전소인 고리3호기와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안전성과 기술력이 입증된 고리4호기의 계속운전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2022년 9월 고리4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평가서를 규제기관에 제출했고, 2023년 7월 계속운전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을 완료해 같은 해 11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계속운전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심사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고리2호기의 경우 올해 하반기, 고리 3·4호기는 내년 중 원안위의 심사 승인 여부가 결정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전용량 95만kW(킬로와트)의 가압 경수로형인 고리4호기는 1986년 4월 고리3호기에 이어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다섯 번째 원자력발전소이다. 지난 40년간 누적 발전량은 약 2773억kWh(킬로와트시)로, 부산시민 전체가 약 12년 7년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상욱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장은 “계속운전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서,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계속운전을 추진하겠다”며 “빈틈없는 안전성 심사 대응과 안전설비 보강, 최신 설비 개선을 통해 고리4호기는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발전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탈핵시민행동은 이날 ‘고리4호기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고리1호기 해체와 함께 설계수명이 끝난 고리 2·3호기, 그리고 오늘 가동을 멈춘 고리 4호기까지 더해 고리 1~4호기 모두가 멈추는 역사적 시점”이라며 “설계수명 연장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투명성, 안전성, 민주적 정당성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해수온 상승으로 고리 원전의 냉각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수온이 30도를 넘나들며 설계해수온도(기존 27.8도)보다 최대 8.3도까지 상향된 것은 국제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는 것이다. 단체는 “냉각 실패는 방사성 물질 누출과 직결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고리 2·3·4호기의 계속운전이 이뤄질 경우, 인근의 신고리 1~4호기, 신한울 1·2호기까지 더해 부산·울산·경남 일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밀집 단지가 된다”며 “이는 사고 시 연쇄 피해를 유발할 수 있으며, 냉각수 및 전력 공급 실패 등 복합적 사고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