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인 부동산업자에게 뒷돈을 받고 수억 원을 불법 대출한 농협 지점장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5단독 조국인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0만 원을, B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2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또 A 씨로부터 500만 원, B 씨에게선 600만 원을 각각 추징했다.
A 씨는 2022년 울산 모 농협 지점장으로 있을 당시 부동산 컨설팅업자 C 씨에게 토지매입 자금을 불법으로 대출해 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C 씨의 청탁을 받고 실거래가가 6억 3000만 원인 C 씨의 토지를 담보로 총 6억 2000만 원을 대출해 줬다.
규정상 실거래가의 80%인 5억 400만 원만 대출할 수 있는데 98%가 넘는 금액을 대출해 준 것이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대출 기준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꾸미려고 공인중개사인 친누나를 통해 C 씨의 토지 매매계약서상 매수 금액을 7억 8000만 원으로 부풀렸다.
A 씨는 비슷한 방법으로 실거래가가 5억 2000만 원인 C 씨의 다른 토지에 대해서도 5억 1000만 원을 대출해 줬다. A 씨는 신용불량자인 C 씨가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부동산컨설팅업체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처럼 범행했고 그 대가로 500만 원을 차명계좌로 받아 챙겼다.
또 다른 농협 지점장인 B 씨도 C 씨로부터 1100만 원 상당을 받고 부정한 청탁을 들어줬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토지 감정 평가금액을 부풀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부하직원과 공모해 C 씨 토지의 감정법인을 재배정하는 등 평가금액을 C 씨 뜻대로 맞춰줬다. 그러고는 부풀린 금액을 토대로 C 씨가 총 7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도와줬다.
재판부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범죄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반성의 정도,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이번에 한정해서만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불법 대출을 청탁한 C 씨에게는 징역 8개월의 실형이, 감정평가 부풀리기를 공모한 B 씨의 부하직원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0만 원, 500만 원 추징이 선고됐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