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은 ‘하늘 별 따기’ 사서 부족 해결은 ‘깜깜무소식’ [부산 공공도서관 리포트]

입력 : 2025-09-17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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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공도서관 리포트] <상> 겉은 화려, 속은 빈곤

인구 대비 장서 수 전국 13위
인력 부족에 운영 시간도 축소
만족도·이용 빈도 크게 떨어져
시민들 “다시 올 것 같지 않다”

지난해 28만여 명이 찾은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열린도서관의 장서 수는 3만 여권에 불과해 원하는 책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17일 부산시청열린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 김동우 기자 지난해 28만여 명이 찾은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열린도서관의 장서 수는 3만 여권에 불과해 원하는 책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17일 부산시청열린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 김동우 기자

2022년 9월 문을 연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열린도서관. 부산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과 맞닿아 있어 인근 주민은 물론 멀리서 찾아오기도 쉬운 최적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부산시청 건물 내에 있어 직원과 민원인 등의 잠재적 수요도 많다. 지난해 28만여 명이 이 도서관을 찾았다.


하지만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곳에서 원하는 책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17일 기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가공범’, 성해나의 소설 ‘혼모노’ 등 지난달 국내 한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10권 중 9권은 빌릴 수 없었다. 이들 도서는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료가 대부분 1권뿐이었는데, 모두 대출 중이었다. 예약 기능마저 지원하지 않아 책을 빌리려면 반납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도서관의 장서 수는 3만 4708권. 연제구 인구 1인당 장서 수는 0.49권으로 부산 지역 공공도서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그나마 소장 자료의 40%가량은 아동·유아·영어 도서로 성인이 읽을만한 자료는 더욱 적다. 시청에 왔다가 우연히 도서관에 들렀다는 최 모(43·부산 동래구) 씨는 “공간은 잘 꾸며져 있었지만 정작 읽을만한 책이 없어 다시 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1인당 장서 수 최대 25배 차이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공공도서관의 부산 시민 1인당 장서 수(2.13권)는 전국 평균(2.43권)보다 0.3권 적은 전국 13위에 그쳤다. 부산 시민이 도서관에 10번 방문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자료 수가 전국 평균보다 3권 적은 셈이다. 부산의 전체 55곳 공공도서관 가운데 전국 평균보다 1인당 장서 수가 적은 도서관은 37곳(약 70%)에 달한다.

도서관 별로 보면 △시민도서관(9.87권) △정관도서관(8.93권) △중앙도서관(7.94권)은 1인당 장서 수가 많았고, △하단도서관(0.39권) △우암도서관(0.4권), 부산진구기적의도서관(0.47권)은 적었다. 1인당 장서 수가 가장 적은 도서관과 가장 많은 도서관의 차이는 약 25배로 어느 도서관 근처에 사느냐에 따라 이용객이 접할 수 있는 도서 수는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적정 수준의 자료 확보는 도서관 이용 활성화의 핵심이다. 읽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 갖춰지지 않았거나 대출 예약이 밀려 있는 상황이 반복되면 방문객의 만족도와 이용 빈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문을 연 도서관들은 단독 건물보다 부산시청열린도서관처럼 기존 시설에 조성되거나, 체육관 등과 함께 복합 시설로 설계되다 보니 자료 공간 확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많다. 지난해 문을 연 사하구 하단도서관도 하단복합센터에 꿈도담터, 가족센터 등과 함께 들어섰다. 건물의 전체 연면적은 약 3570㎡에 달하지만 건물 2~5층에 들어선 도서관에 배정된 면적은 절반 수준인 약 1898㎡에 불과해 자료 비치와 보관을 위한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하단도서관 관계자는 “최근 도서관들이 이용자들이 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넓게 구성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료 확보의 중요성은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라며 “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 건물 일부만을 사용해 장서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좁은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사서 1명뿐인 도서관도

책과 함께 사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부산 공공도서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다. 지난해 부산 공공도서관 사서 1인당 서비스 대상 인구수(9150명)는 전국 평균(8435명)보다 약 10% 많다. 사서 수가 부족해 시민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이 어렵다는 의미다.

기장군 고촌어울림도서관은 정규직 사서 인력이 관장을 포함해 1명뿐이다. 직원 1명이 관장 겸 사서로서 자료실 관리, 도서 구입, 민원 응대, 행사 진행 등 업무를 수행한다. 지난해 이용자 수가 약 7만 3000명에 달하는 기장군 내리새라도서관도 정규직 사서는 1명이다. 어린이자료실의 경우 초등학생과 미취학 아동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관리자가 상주하며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하지만 인력이 적어 불가능하다.

인력 부족 탓에 운영 시간이 줄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기도 한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공도서관으로 운영되던 기장군 대라다목적도서관은 올해 4월부터 사서 부족 등의 이유로 작은도서관으로 관종이 변경됐다. 관종이 바뀌면서 인력이 줄고 운영 시간도 단축됐다. 기장군청 관계자는 “도서관은 급증하지만 이를 운영할 사서가 부족했다”며 “이용률이 비교적 낮은 대라다목적도서관의 운영을 축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서관을 설립·운영하는 지자체들은 사서직 공무원 충원에 난색을 표한다. 사서직 등 전문 직렬보다 다양한 행정업무에 투입할 수 있어 인력 활용의 유연성이 높은 일반행정직을 많이 채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들은 도서관에 최소한의 정규직 사서만 배치하고, 부족한 인력은 기간제 등으로 충원하고 있다.

한 공공도서관 관계자는 “사서가 부족한 도서관은 업무가 몰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업무도 공급자 중심으로 처리하게 되는 등 피해가 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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