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7개월 앞두고 더 모호해지는 부울경 민심

입력 : 2025-10-19 18: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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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정당 응답 유보율 전국 최고
국힘 ‘윤석열 어게인’ 행보에 실망
민주 잇단 강경 발언 피로감 높여
해법은 구체적 지역 비전 제시 뿐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막식에서 입장하는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이재명 대통령, 김혜경 여사, 박형준 부산시장.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막식에서 입장하는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이재명 대통령, 김혜경 여사, 박형준 부산시장. 연합뉴스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두고 여야 승패의 당락을 가를 핵심 지역인 부산·울산·경남(PK) 여론이 심상치 않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야 후보 중 누가 당선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유보한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되면서다. 향후 부울경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여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여당 혹은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고 물은 결과, 39%는 ‘여당 후보 다수 당선’, 36%는 ‘야당 후보 다수 당선’이라고 답했으며 ‘모름·응답 거절’은 24%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자신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이들이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부울경에서 응답 유보 비율이 31%로 나타났는데, 이는 매 선거마다 ‘스윙보트’ 지역으로 꼽히며 격전지로 분류돼 온 대전, 세종, 충청(30%)보다 높은 수치다. 이 밖에 지역의 경우 서울에서는 모름·응답 거절 비율이 23%, 인천·경기 21%였으며, 전통적으로 진보, 보수세가 강한 지역인 광주·전라와 대구·경북(TK)은 각각 19%, 22%를 기록했다.

이러한 부울경의 여론은 12·3 비상계엄과 탄핵 등을 거치며 다수 비율을 차지했던 보수 지지층이 일부 무당층으로 이탈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PK는 TK보다는 약하지만 다른 권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보수 정당 대통령이 계엄을 선택하면서 여론은 악화됐고 여전히 지지율 반등을 노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지역 정치권 중론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사실을 공개하는 등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당의 강성 행보에 실망해 지방선거에 대해 소극적으로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부울경에서 민주당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왔으나 정청래 체제가 출범한 뒤 당내에서는 연일 강경 발언만이 쏟아지면서 이에 대한 피로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지역위원장들도 여기에 가세해 지역 민심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발언들을 전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렇다할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민심도 지방선거와 관련해 선택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리적으로는 물론 정치에서도 중원으로 여겨지는 충청보다 이제는 부울경의 표심을 더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지방선거 압승을 노리는 민주당과 입법, 행정권력 견제를 노리는 국민의힘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양당이 부울경을 두고 총력전에 나서게될 경우 어느 한 쪽이 기초·광역단체장을 모두 싹쓸이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2018년 지방선거 때처럼 민주당이 기초·광역단체장과 의회까지 모두 섭렵하거나 아니면 국민의힘이 모든 기초·광역 단체장과 의회를 가져가는 ‘모 아니면 도’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비전을 누가 먼저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핵심일 것으로 보인다. 가덕신공항 외에도 동남권투자공사 등 주요 지역 현안이 답보 상태가 거듭되고 있는 까닭이다.

한편,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 전화 가상 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2.1%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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