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스원에서 인사하는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오전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6년 만에 방한하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외교 무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회의에 참석하는 주요 인사들의 주요 관문인 김해공항은 이날부터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 에어포스원은 오전 11시 30분께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당초 10시 30분께 도착 예정이었으나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전 9시 50분께 이륙하며 도착 시간도 덩달아 지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2019년 6월 이후 6년 4개월여 만이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이 김해공항에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5년 부산 APEC 때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이 아니라 특별전세기를 이용했다. 에어포스원은 F-16 전투기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한국 상공에 들어왔다.
항공기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카메라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첫 인사를 건넸다. 조현 외교부 장관, 강경화 주미대사, 김태진 외교부 의전장, 홍지표 외교부 북미국장,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 등이 영접했다. 국빈 방문 의전에 맞춰 의장대가 도열하는 등 최고 수준의 예우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29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연합뉴스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곧바로 김해공항에 마련된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경주로 이동한 트럼프 대통령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주요 정상들도 이날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트럼프보다 앞선 오전 7시에는 ‘NZ-001’ 번호판을 단 검은색 밴 행렬이 경찰차 에스코트를 받으며 김해공항을 벗어났다. 뉴질랜드 측 외교 인사가 탑승한 차량으로 추정된다. 29일에만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러시아, 호주, 캐나다 등 APEC 정상회의 참가국 외교단이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30일에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방한할 계획이다.
김해공항 일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착륙 이전 이른 새벽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해공항과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기지와 가장 인접한 부산~김해경전철 덕두역 일대에는 최소 150명 이상의 경찰 기동대가 배치됐다. 또한 이날 0시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김해공항 일대는 무인기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김해공항 항공 보안등급이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됐다.
김해국제공항에서 전용 헬기인 마린원에 탑승하는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긴장된 분위기 속에 공항 주변에서는 각종 집회도 잇따랐다. 오전 10시 덕두역에서 열린 트럼프 환영 집회에는 시민 수십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제자리에서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연신 ‘트럼프’를 외쳤다. 오후 3시에는 김해공항 국제선청사 택시승강장에서 전국공항노동자연대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APEC 정상회의에 맞춰 ‘4조 2교대 쟁취’ 등 노동권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경주에서는 ‘반트럼프’를 외치는 집회 단체가 경찰 통제선을 뚫고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접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NO Trump, 대미 투자 철회’ 현수막을 든 집회 인원 70여 명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국립경주박물관 인근 100m까지 접근해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국립경주박물관 방향으로 향하는 도로에 경찰차를 이용해 차벽을 설치해 시위대 접근을 원천 차단했다.
APEC 기간 반미·반중 집회가 예정된 만큼 경찰은 집회·시위 관리를 위해 87개 기동대를 경주와 부산에 배치한다.
전용 차량인 더 비스트가 경주예술의전당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