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자동차 관세 조정 합의는 물론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 간 협력 강화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수혜를 입었지만 포스코홀딩스는 예외였다.
포스코홀딩스 장인화 회장이 CEO서밋에 기조연설자로 나서며 이번 정부 들어 이어진 ‘포스코패싱’ 우려는 일단 넘었지만 미국의 철강 관세 50%라는 무역 장벽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사업 면에선 사실상 빈손이었다. 더군다나 국내 철강기업의 최대 시장인 EU(유럽연합)까지 관세 장벽을 쌓으면서 시름은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됐으나 50%에 달하는 철강 관세는 그대로 유지됐다. APEC 회담 당시 양국 정상이 무역·관세 정책을 폭넓게 논의했으나, 철강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는 끝내 손대지 못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 제품의 대미(對美) 수출 비중은 13.1%로 EU(13.8%)에 이어 2위다.
그러나 지난 6월 미국이 철강 제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상향하면서 대미 철강 수출 감소가 본격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철강 수출액은 약 19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줄었다. 이후 7월 16.9%, 8월 32.1%, 9월 14.7%, 10월 33% 등으로 가파른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홀딩스의 장인화 회장은 국가 행사에 참여해 현장을 분주하게 누볐지만 사업 불확실성은 전혀 걷히지 않았다. 장 회장은 APEC CEO서밋에 다른 그룹 총수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은 물론 기조연설자로도 나섰다. 그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주관하는 주요 행사에 초청받지 못하며 ‘포스코 패싱’ 논란을 겪었다.
국내 경쟁사인 현대제철 역시 철강 관세 여파를 피하지 못했지만,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지면서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포스코홀딩스는 고율의 관세 극복을 위해 미국 현지 투자를 강화하는 고육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 최대 철강사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Cleveland-Cliffs)의 지분 일부 인수를 검토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에 나섰다. 현지 생산 물량을 확보해 미국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현대제철과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를 설립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최대 수출처인 EU 역시 무역 장벽을 쌓으며 ‘산 넘어 산’ 형국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EU는 이달 초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한 연간 무관세 수입쿼터를 기존 3050만 톤에서 1830만 톤으로 줄이고 초과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신한투자증권 박광래 연구원은 “해외 철강의 미국 수출은 크게 위축되고, 미국 내에서는 수입 대체 효과로 철강 생산과 판매가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철강업계의 내년 전망을 두고는 “강화된 EU의 무역 규제는 핵심적인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무역 장벽으로 인한 비용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