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2026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응급실 미수용 대책으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하 광역상황실)의 인력 충원·역할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소방은 지난 10월 이후 광역상황실에 공동 대응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 1년여 간 공동 대응한 결과 뚜렷한 효과가 없었다는 이유다. 특히 광역상황실은 심정지 등 중증 응급환자 발생 시 공동 대응이 원취지인데,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사례의 중증도를 고려하면 애초에 활용되지 않는 체계였다. 미수용 문제의 핵심인 응급의료 인력 확충과 함께 소방과 복지부의 ‘동상이몽’이 해결되지 않으면 광역상황실 강화 대책이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은 지난 10월 20일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해제된 이후 광역상황실에 공동 대응 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공동 대응을 한 1년여 간 일평균 처리 건수·시간이 미비하는 등 현장의 불만족이 있었기 때문에 (보건의료 위기경보) 해제와 동시에 종료했다”며 “현재 기준으로는 공동 대응 요청을 하지 않는 상황이고, 이송 체계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 (복지부와) 지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복지부는 지난 16일 광역상황실에 인력을 확충하고 이곳에서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이송과 병원 간 전원을 통합해 일종의 컨트롤타워로 만들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현장에서 환자를 실어 나르는 소방은 더 이상 의뢰하지 않는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광역상황실은 전국 6개 권역에 설치돼 있고, 의사 1명과 응급구조사·간호사가 24시간 근무한다. 소방이 활용하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이하 구급상황센터)와 광역상황실은 동일한 응급의료 상황판을 보고 병원에 환자 이송을 의뢰한다. 의뢰 주체가 소방대원이냐, 의사냐는 차이가 있다.
공동 대응은 의료 공백으로 인한 미수용 문제가 부각되던 지난해 5월 복지부와 소방이 내놓은 대책이다. 최중증 응급환자 이송에 대한 구급상황센터와 광역상황실 간 공동 대응 프로토콜을 마련하고, pre-KTAS 1레벨(심정지 등)인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하면 두 기관이 공동 대응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소방은 광역상황실을 거치지 않더라도 권역구급상황센터에서 병원 선정이 해결되지 않으면 중앙구급상황센터를 통해 전국적인 병원 물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2건의 부산 응급실 미수용에서도 소방은 광역상황실에 의뢰하지 않았다. 보건의료 위기경보 해제 첫날인 지난 10월 20일 고교생 사례에서는 40분 이상 병원을 찾아다니다 심정지가 발생하고 10분 뒤 인근 응급실로 이송됐고, 지난 15일 10세 여아는 2레벨에서 거리를 전전하다 응급실로 옮겨진 뒤 심정지가 발생했다.
응급실 미수용 문제가 공동 대응 체계에서 광역상황실 의뢰 기준이던 1레벨이 되기도 전에 이미 벌어지고 있는 데다, 심정지가 발생하면 소방과 지역 병원 간 협의에 따라 이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광역상황실을 관리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여전히 소방과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병원 선정 업무에 있어서는 광역응급실이 기관 구조상 의료기관의 협조를 받아내기 유리하고 의사의 개입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은 “소방청은 공동 대응이 끝났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여전히 협의대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우리가 내린 평가에 따라 병원이 국가로부터 인센티브 등을 받는 구조이기에 (의료기관이) 더 협조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인력을 확충해서 병원 선정 업무까지 중심적으로 한다면 이원화 문제가 어느 정도 풀리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병원 인력 확보 등 응급 현장 지원을 위한 초장기적 플랜을 준비하면서도 광역상황실 인력 확충과 같은 단기적 해결책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부산시 응급의료지원단 염석란 단장은 “소방과 광역상황실 간 서로 정보 교류가 안 되는 문제도 있는 듯하고, 넓게 보면 복지부와 소방청 간 문제다”며 “지금 광역상황실 인력이 늘어나면 전원에 있어서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부산이 전국 특별·광역시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 최하인 만큼 응급 인력 증대를 위한 전폭적인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