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까지 ‘선분양 금지’ 확대 추진… 건설업계 초비상

입력 : 2025-12-30 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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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대재해 규제 강화 검토
영업정지 시 최장 2년 선분양 금지
기존 영업정지 업체도 대상 가능
업계 “감당할 업체 거의 없을 것”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건설 근로자가 사망해 영업정지를 받은 건설사는 아파트 ‘선분양’이 최대 2년간 금지될 전망이다. 현행법은 부실시공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만 선분양 제한 조치를 받는데, 정부가 내년부터 이를 중대재해로 확장할 방침이다. 주요 건설사들도 경영난에 내몰리는 판국에 선분양 없이 자체 조달로 아파트를 짓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건설사가 주택법 또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선분양을 제한한다. 6개월 이상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영업정지가 끝난 시점부터 2년간 선분양이 금지되는 식이다.

지금까지 이 규정은 건산법에 따라 부실시공으로 판명 나 영업정지를 받은 건설사에만 적용됐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이를 공사현장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에도 적용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중대재해 몇 건 이상 발생하면 영업정지’ 등 구체적인 기준이 나오지는 않았다.

만일 이로 인해 선분양이 제한되면 현행 건설업계는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선분양 제도는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기 전에 분양하고 수분양자가 내는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선분양이 불가능해진다면 건설사 자체 자금이나 대출로 공사비를 해결해야 한다. 주요 건설사들조차 경영난에 시달리는 판국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후분양에 따른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리스크 또한 커질 전망이다.

중대재해 리스크는 특정 업체를 가리지 않고 건설업계 전반에 노출돼 있다. 한신공영은 2019년 부산 기장군 일광지구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엘리베이터 피트 청소작업 중 근로자 2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 발생했지만, 행정청인 경기도청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다. 법원은 지난해 1심에 이어 최근 항소심에서도 해당 처분이 적법하다 판단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는 다른 건설사도 선분양 금지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광주 학동 철거 붕괴와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로 각각 8개월,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GS건설은 2023년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로 국토부로부터 8개월, 서울시로부터 2개월을 각각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SK에코플랜트·계룡건설(6개월), 대우건설(2개월)도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상태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선분양 금지는 지역 중견, 중소 업체로 내려올수록 정말 치명적인 조치인데 중대재해 사건 발생으로까지 확장한다면 분양과 시공 업무가 마비될 수도 있다”며 “영업정지만 해도 충분한데, 선분양 금지까지 연결시키면 이는 과잉이자 이중 규제가 된다. 원가 상승과 각종 규제가 누적된 상황에서 건설사가 감당해야 할 위험이 지나치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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