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케이블·원전·해수 ‘삼박자’ 부산, 데이터센터 최적지 [부산은 열려 있다]

입력 : 2026-04-09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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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데이터가 흐르는 해양 도시
지역 전력 자립률 170% 달해
2030년까지 15곳 준공 예정
누적 투자 12조 7000억 원
아시아 디지털경제 거점 부상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나틱’ 프로젝트에 쓰인 해저 데이터센터(위). 지난해 10월 중국 기업 하이랜더가 상하이 인근 해역에 설치한 해저 데이터센터. 각사 제공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나틱’ 프로젝트에 쓰인 해저 데이터센터(위). 지난해 10월 중국 기업 하이랜더가 상하이 인근 해역에 설치한 해저 데이터센터. 각사 제공

인공지능(AI) 산업의 가속화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부산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최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독보적인 통신·전력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데이터센터 운영의 핵심 과제인 ‘서버 열각’에 유리한 해양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은 한국과 해외를 잇는 해저 광케이블의 약 90%가 집결하는 국내 최대의 통신 관문으로, 글로벌 데이터 전송에 최적화된 망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고리원자력발전소를 기반으로 한 높은 전력 자립률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 유치의 결정적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처럼 저온의 해수를 이용한 냉각 효율성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동시에 확보한 부산의 입지 조건에 매료된 글로벌 기업들의 건립 추진이 잇따르며, 부산이 아시아 디지털 경제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 국내 최대 전력 인프라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서버와 데이터 저장 장치를 가동하고,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해 전력소비가 매우 크다.

이러한 점에서 고리원자력발전소를 기반으로 한 부산의 전력 자립률은 2024년 기준 169.8%로, 8대 특별·광역시 중 2위에 달한다. 수도권이 만성적인 전력 부족 문제로 데이터센터 신규 인허가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부산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더해 부산은 해외로 나가는 해저광케이블 90% 이상의 모이는 거점이다. 해저케이블이 밀집한 부산의 데이터센터 집적단지가 해외망과 네트워크를 직접 연결하게 되면 국내에 서비스되는 모든 해외 기업의 트래픽과 데이터 처리는 부산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이점 덕분에 이미 2030년까지 준공 예정인 부산 데이터 센터만 15곳에 이른다. 이미 KT, LG CNS, BNK금융지주, 그리고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미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고 가동 중이다.

부산 데이터센터의 누적 투자 규모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현재 12조 7000억 원에 이른다. 부산에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거나, 투자를 확약한 기업은 모두 15개 사로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들도 포함된다.

■해수 냉각으로 전력 문제 해결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과제는 운영비용의 40%를 차지하는 냉각 비용 절감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바다를 새로운 냉각원과 입지로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18년부터 2년간 스코틀랜드 해저 35m 지점에 864대 서버를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프로젝트 ‘나틱’을 추진했다. 나틱은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40%를 차지하는 냉각 비용을 절감하고, 친환경적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다.

국내에서도 이런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오픈 AI(인공지능)와 해상 데이터센터, 이른바 ‘플로팅(Floating)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 중이다. 플로팅 데이터센터는 이름 그대로 바다 위에 센터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플로팅 데이터센터는 높은 냉각 효율로 발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서버를 구축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첨단 반도체도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더 많이 탑재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도 수중 데이터센터 표준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해수부는 최근 울산시를 ‘탄소제로 수중데이터센터 표준 모델 개발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국비 400억 원을 포함한 총 511억 원을 투입해 AI·빅데이터 산업 확장에 따른 고밀도 서버의 발열과 전력 소비 급증 문제 해결에 나선다.

이 사업의 핵심은 연평균 온도 13.3도인 울산 앞바다 해수를 활용한 냉각 방식이다. 울산시는 탄소 저감형 수중데이터센터 모델을 만들고 성능 검증까지 마칠 계획이다.

이처럼 이들이 바다로 향하는 이유는 육상의 공간 제약을 극복하고 냉각에 필요한 해수를 가까운 데서 바로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에 있다. 육지의 데이터센터는 냉각에 한계가 있어 높은 전력 소모에 따른 발열로 서버를 무한정 늘리기 어려웠다. 전력사용효율(PUE)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총전력량을 센터 내부 IT 장비가 사용한 전력으로 나는 비율로, 육상 데이터센터의 PUE는 1.7 가량이다. 현재 해수부가 데이터센터 표준 모델 개발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PUE는 1.2 수준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전력 효율이 좋다는 뜻이다.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통상 육상 데이터센터의 PUE가 1.5~1.8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냉각에 들어가는 전력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다”며 “울산에서 표준 모델이 개발되면 부산 바다에도 충분히 적용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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