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도시철도 연산역과 부산시청 사이 오피스텔촌. 정종회 기자 jjh@
2023년 6월 '전세사기특별법' 시행됐다. 그로부터 3년. 지난 9월 말까지 확인된 전국 전세사기 피해의 10.2%가 부산에서 발생했다. 비수도권 중 두 번째로 많다. 〈부산일보〉는 그동안 부산 지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부동산 개발업자가 부지 매입과 건축, 임대까지 하는 '개발형 임대'로 인한 피해가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패턴으로 인해 피해는 특정 건물과 지역에 집중됐다. 공동담보에 묶인 피해자들의 구제도 훨씬 더뎠다. 개별 주택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와 달리 '부산형 전세사기'는 소수 임대인이 여러 세대를 한꺼번에 위험에 빠뜨려 피해가 집단적이었다.
1일 부산시가 2023년 6월부터 지난 9월 8일까지 집계한 ‘전세사기 피해주택 결정 현황’을 보면 부산 전역의 주택 476개 동에서 3934건의 전세사기 피해가 인정됐다. 피해 주택 중 한 건물에서 피해 기록이 20건 이상인 곳은 63개 동에 불과했지만, 이들 건물에서 전체 피해 기록의 절반이 넘는 2088건(53%)이 쏟아졌다. 반면 피해 기록이 5건 이하인 건물은 300개 동으로 훨씬 많았지만, 해당 건물의 피해 기록은 610건에 그쳤다.
단일 건물의 경우 2023년 8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모두 82건의 피해가 누적된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건물이 가장 많았다. 2023년 6월 부산 최초로 전세사기 피해가 인정된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오피스텔도 60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가 많이 발생한 구·군 기준으로 부산진구가 99개 동에서 1087건이 발생해 최다를 기록했다. 이어 연제구(39개 동·487건)와 수영구(47개 동·405건), 사상구(28개 동·320건), 동래구(36개 동·254건), 남구(32개 동·190건) 등의 순이었다. 이들 6개 구에서 피해가 발생한 건물은 전체 피해 건물의 59.0%에 해당하지만, 전체 피해의 약 70%가 쏠려 있다.
부산의 전세사기 피해가 일부 건물에 집중된 것은 특정 임대인이 구분 등기된 주택의 호실을 상당수 소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부산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임차인들의 피해 구제를 더디게 하는 ‘공동담보’와도 연계돼 있다.
공동담보란 집주인이 여러 채의 집을 한꺼번에 담보로 묶어 대출받는 방식이다. 경매에 넘어가면 여러 집의 경매대금과 은행의 채권 회수액 등을 따져야 해 세입자가 돌려받을 보증금을 가늠하기 어렵다. 경매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시의 이자 지원마저 종료되고, 피해자들은 건물 관리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전세사기 전문가와 피해자들은 부산형 전세사기는 서울과는 다른 양상으로 본다. 서울의 '화곡동 빌라왕 사건'처럼 다수의 전세사기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기존 빌라의 개별 호실을 대량 매입한 데서 출발한 것이라면, 부산은 개발형 법인 임대사업자가 토지 확보부터 신축·공동담보대출까지 주택 공급 전 과정에 관여한 구조라는 것이다.
부산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이단비 위원장은 "부산은 수원과 함께 공동담보 피해가 매우 뚜렷한 지역으로, 공동담보 건물에 불법건축물이나 선순위 피해자가 함께 있으면 경매가 언제 끝날지조차 예측하기 어렵다"며 "개발업자들은 세금 부담을 줄이고 좁은 부지에서 주차장 설치 규제 등을 피하기 위해 상업지역에 오피스텔을 대거 지었다"고 지적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