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샹젤리제 ‘생태학적 변화’ 시도 성공할까?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2022-06-09 06:00:00

프랑스 파리의 명물인 샹젤리제 거리를 ‘녹색 정원’으로 바꾸기 위한 계획이 추진된다. 겉으로 드러난 명분은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대비이지만 실제로는 더 먼 미래를 내다본 ‘도시의 생태학적 변화’를 위한 계획이 준비돼 있다.


샹젤리제 재건 계획 조감도. 샹젤리제 재건 계획 조감도.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샹젤리제 거리 재건 계획을 발표했다. 공사는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1단계는 2024년 하계올림픽 출전 선수단이 도착할 무렵에 완성된다. 2단계는 2030년에 끝날 예정이다.

이달고 시장이 샹젤리제 거리 재건에 나선 것은 파리의 상징인 이 거리가 교통체증, 환경오염, 상업주의에 물들어 피폐해졌다는 지적 때문이다.

샹젤리제 거리는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단순한 파리의 중심 거리가 아니다. 이곳은 파리 역사의 산증인이며 프랑스인의 상징이다. 남대서양의 세인트 헬레나 섬에 감금됐다 주검으로 돌아온 나폴레옹 황제의 유해는 샹젤리제를 지나 앵발리드로 향했다. 파리가 독일 점령에서 해방됐을 때 축하 행사를 연 곳도 샹젤리제였다. 프랑스대혁명을 촉발시킨 바스티유 감옥 붕괴 기념일인 매년 7월 14일 ‘바스티유 데이’ 때에는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프랑스의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대통령 궁으로 들어간다. 프랑스의 최고 스포츠 경기인 투르 드 프랑이 끝나는 곳도 바로 여기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 축하행사가 열리는 곳도 샹젤리제다.


샹젤리제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 샹젤리제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

샹젤리제는 30~40년 전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불렸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오늘날의 샹젤리제 거리는 비싼 카페, 명품 상점, 고급 자동차 전시장의 거리로 변했다. 상점 월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샹젤리제 거리의 보행자 중 파리 시민은 불과 22%였다. 나머지 78%는 외국 관광객이었다. 샹젤리제 거리 일대의 주택에서 사는 거주자 중 파리 시민은 겨우 5%다.

게다가 하루 평균 8만 대의 차량이 다니는 복잡한 도로여서 ‘고속도로나 마찬가지’라는 힐난을 받는다. 많은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 때문에 환경오염이 심해졌고 열섬 현상도 악화됐다. 최근에는 파업, 시위가 자주 열려 1년 내내 혼잡하고 어지럽다.

파리 시민들은 “복잡한 교통과 거리를 가득 메운 가게가 샹젤리제를 시끄럽고 복잡한 거리로 전락시켰다”고 토로한다. 파리 시청과 시민들은 오래 전부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거리를 더 푸르게, 더 보행자 친화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추진하려 하지 않았다.

이달고 시장이 샹젤리제 재건 계획을 처음 드러낸 것은 지난해 1월이었다. 그녀는 “우리 모두가 다시 샹젤리제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선에서 떨어져 파리 시장으로 복귀한 그녀는 샹젤리제를 고치기 위한 실제 행동에 나섰다.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은 이달고로서는 샹젤리제 거리 재건계획을 서둘러 추진할 좋은 계기가 됐다.


샹젤리제 거리를 오가는 관광객. 샹젤리제 거리를 오가는 관광객.

이달고 시장의 계획은 총 길이 1.9㎞인 샹젤리제 거리와 인근의 광장 두 곳을 ‘교통 청정 지역’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매년 뜨거운 돌의 사막으로 변하는 콩코르드 광장은 녹음 지대로 변모시킨다. 보행자는 튈르리 궁에서 샹젤리제 거리까지 교통 체증의 방해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걸어 다닐 수 있게 된다. 개선문 주변에 방사선 모양으로 펼쳐진 각 도로에 더 많은 보행자 구역이 지정된다.

샹젤리제 거리에는 가로수 400그루가 심어져 있다. 여기에 추가로 수백 그루를 더 심을 예정이다. 나무 아래에는 미니 정원 여러 개를 만든다. 콩코르드 광장 쪽에는 새로운 녹지대를 신설한다. 지금보다 더 쉽게 센 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통로를 신설한다.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 주변의 차로도 줄일 계획이다.

이달고 시장은 샹젤리제 거리 재건 계획을 ‘도시의 생태학적 변화’라고 부른다. “지금은 개선문 앞의 차로에 자동차가 달린다. 여기에 차 대신 사람이 가득 들어차 개선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샹젤리제 거리의 상인으로 구성된 샹젤리제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동차 접근을 막을 경우 관광객 유입이 줄어든다고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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