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니 가수 나훈아의 '홍시'라는 노래가 떠오릅니다. 가락은 흥겨운데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가사는 아련하고 쓸쓸합니다. 오늘 감나무 기사를 보면서 그 '홍시'가 떠오르더군요.
나이 500년 이상, 높이 28m에 성인 2명이 양팔을 벌려 둘러도 손이 닿지 않을 둘레 4m의 감나무가 경남 의령군 백곡리에 있답니다. 2008년 3월, 국내 감나무 가운데 처음으로 천연기념물에 지정돼 매년 1000만 원 에산으로 극진한 관리를 받아 왔다는데요, 2011년 이후 감이 열리지 않아 생명력을 다한 것인지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었답니다. 10년이 지난 2020년 감 4개가 열리더니, 올해 50여 개나 열매를 맺었습니다.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고 신기한 일인데, 회춘하는 것처럼 다시 열매를 맺었다니 동네에서도 좋은 일이 생길 징조로 여긴다고 하네요.
천연기념물에서 나는 열매라 아무나 수확할 수 없는 감은 익어 떨어지거나, 나무에 달린 채 새들에게 달콤한 간식으로 제공됩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부산에서, 은퇴 이후의 안정적이고 활기찬 삶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된다면 젊은 시절 미처 생각해내지 못했던 생명력 넘치는 다양한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한편 이 감나무가 있는 인근 마을 성황리에는 SBS 드라마 '악귀'에 나온 덕달이 나무도 있다네요. 역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부부 소나무로 불리는 이 나무는 암수가 따로 자라다 1945년 광복 즈음 두 가지가 서로 맞닿아 해방을 예언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습니다.
나들이 하기 좋은 가을, 건강과 사랑의 의미를 보여주는 나무를 찾아 의령으로 떠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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