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 같은 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나면 어떤 심리 상태가 될까요.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공개적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이 두려울 테고, 그 사건과 관련된 상상조차 고통스러울지 모릅니다. 아예 잊어버리려 애쓰는 쪽이 태반일 것 같습니다.
올 상반기 전국적인 사건으로 회자되었던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민지(가명) 씨는 오히려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그날의 기억을 곱씹으며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꿀 방법을 찾는 활동에 공개적으로 나섰습니다.
그가 준비 중인 ‘매너스’라는 온라인 플랫폼은 범죄 피해 대처법을 공유하거나 쉽게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북을 만들 계획이랍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강력 범죄를 그냥 묻고 넘어가지 말자는 중의적 의미로 ‘돈 애스크’(묻지 마라)라는 범죄 피해자 브랜드 제작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전국 강력범죄 피해자 온라인 카페나 유튜브도 운영하며 피해자 연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 번의 범죄 피해로 삶이 무너지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민지 씨가 내미는 손길이 얼마나 반갑고 소중할까요. 피해자가 피해를 증명해야 하는 우리 현실에서 민지 씨와 동갑내기였던 표예림 씨도 증명 과정에서 힘들어 하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피해자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누군가 나서서 말해줘야 한다, 내가 그 일을 하겠다.’ 민지 씨의 삶의 목표라고 합니다.
아직 서른도 안 된 청년의 이 담대한 발걸음에 그저 숙연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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