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 군중 속에 숨어서 구경했다'던 조선통신사 행렬이 260년 만에 재현됐습니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2015년부터 4년간 연구와 고증을 거쳐 만든 조선통신사선 실물재현선이 처음으로 일본 본토에 도착하면서입니다. 지난달 31일 재현선은 부산항을 떠나 일본 쓰시마와 이키 섬을 거쳐 지난 21일 시모노세키에 입항했습니다. 후대에 재현한 배이긴 하지만, 부산과 일본 혼슈 본토 시모노세키 사이(직선거리 250㎞)의 뱃길을 통신사 선이 가는 건 260년 만의 일입니다. 1764년 실행된 11번째 조선통신사 항해를 마지막으로 일본으로 가는 뱃길은 끊어졌습니다. 재현된 조선통신사선은 지난해 212년 만에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대마도를 다녀왔지만, 일본 본토에 가는 건 이번이 첫 시도입니다. 긴 항해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키에서 아이노시마를 들어갈 때는 일기예보와 달리 너울이 크게 일어 배가 크게 흔들렸고, 시모노세키에 입항할 때는 거센 물살 때문에 고생했다고 연구소 측은 전했습니다. 특히 이키에서는 과거 조선통신사를 맞았던 집안의 15대손이 직접 배를 찾기도 했습니다. 내년이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습니다. 좋지 않은 기상상황에도 마침내 일본 본토에 닻을 내린 통신사선처럼, 어려워 보이는 한일관계도 어려움을 딛고 순항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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