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를 품은 조개 형상의 건물 외관. 부산 북항 오페라하우스 파사드(건축물의 성격을 규정하는 정면 외관)는 아름다운 설계와 달리 그 제작 공법에 관해 전문가들의 동의가 쉽지 않았습니다. 노르웨이 스노헤타사와 부산 일신설계가 설계를 맡았는데 생각만큼 조개 형상의 파사드를 구현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법 검토에 여러 논란이 많았습니다. 시공사와 부산시 건설본부, 설계 회사의 갈등은 골이 깊어졌습니다.
조개 형상의 곡면을 실제 건축물로 만들어내는 기술이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최적의 공법 검토를 위해 논의가 시작됐고, 2022년 1월 스마트 노드 공법으로 확정됐습니다. 그러나 설계사가 도면을 그려내지 못했습니다. 시공사의 주장은 3D 도면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들쑥날쑥한 유리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각각의 유리 면이 크기와 모양이 다른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구현하기가 몹시 어려운 모양입니다. 스마트 노드(결절점)는 다양한 형태의 유리면을 잡는 구조물을 3D 프린터 등으로 제작할 수 있는 공법입니다.
어쨌든 지난해 1월 이후 오페라하우스 건축 공정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지난 연말 시의회의 강한 질책을 받은 부산시는 경제부시장을 중심으로 기술자문위원회를 꾸렸습니다. 그 결과가 9일 발표됐는데요. 파사드 공법의 최종 결론은 '다시 스마트 노드'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방향은 잡았지만 2023년 2월 준공 예정이던 오페라하우스는 2025년 12월에 가서야 만날 수 있습니다. 예산도 수백억 원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모쪼록 과정이 어려웠던 만큼 결과가 좋았으면 합니다.
덴마크의 건축가 예른 웃손이 설계한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도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당선된 설계안은 건설단계에서 호주 정부가 동의하지 않았고 웃손은 건축 설계직을 사임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1973년 준공 이후 30년 만에 확장 변경에 다시 참여할 기회를 얻은 웃손은 오페라하우스의 한 부분을 제대로 구현했고, 그 공로로 2003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습니다.
웃손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악기에 빗대, 좋은 연주를 하려면 정비와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발언했습니다. 그의 원래 설계안은 타원형 셸 형태였는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현실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구형(오렌지 껍질을 벗기는 형태)으로 최종 변경되었습니다. 북항 랜드마크 오페라하우스도 산고를 겪는 만큼 세계 건축사에 남을 명작이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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