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오랜만에 달콤했던 설 연휴를 보내고 어제 출근하셨던 분들은 정신이 번쩍 드셨죠? 해양성 기후 때문에 전국 대부분 지역에 눈이 오고 한파가 몰아쳐도 항상 예외적으로 온난한 기후를 보였던 부산이 어제 영하 12도를 기록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세 번째 강추위라고 합니다.
저는 어제 추위가 "달콤한 휴식은 끝났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때"라는 걸 알리는 신호 같기도 했지만, 크게는 지구의 경고로 느껴졌습니다. 명절 끝 한파의 원인이 바로 북극 기단 남하를 막는 제트기류가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북극이 더워져 중위도 지역과의 기온차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삼한사온 같은 규칙성이 흔들리고, 한파 지역 주변에서는 이상 고온 현상이 빚어지는 등 온난화의 후과는 불확실성의 증대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지만, 싼 값에 펑펑 에너지 과소비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말도 일리 있지만, 작은 변화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런 한파를 피하지 못하고, 추위와 더불어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와 자영업자들, 수도관과 계량기가 노출돼 동파 위험에 전전긍긍하는 단독·다세대 거주민들, 급등한 난방비에 보일러 켜기를 겁내는 서민이 걱정입니다. 코로나19나 전쟁 같은 재난과 마찬가지로 지구 온난화로 빚어지는 피해도 결국 대처 능력이 약한 사회적 약자와 서민이 먼저 입게 됩니다.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도, 기후 재난의 최일선에 선 우리 이웃을 위해서도 기후 정의, 에너지 정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참여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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