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게 재작년 2021년 2월 26일이었습니다. 1년이 다 돼 갑니다. 기본계획수립 용역이 작년 9월 시작돼 공사기간을 단축할 다양한 공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대구경북(TK) 신공항도 여당과 정부의 협력 아래 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부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가 국비 지원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TK에 기반을 둔 여당 수뇌부가 야당 호남 지역구 의원들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2월 국회에서 함께 처리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라고 합니다. 다음 달 국회에서 두 특별법이 동시에 처리되면 이후 가덕신공항은 대구경북, 광주 공항과 예산‘정책 우선 순위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 중심주의 관점에 사로잡힌 정치권과 국토교통부 관료들 눈에 가덕신공항은 그저 여러 지방 공항 중의 하나로 비칠 뿐이었는데, 이제 그 여러 지방공항과 경쟁까지 해야 하는 '을들의 전쟁'에 내몰린 겁니다.
약 20년 전 나온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 비전은 아직 유효합니다. 물동량 세계 6위권, 환적물량으로는 당당히 세계 2위를 차지하는 글로벌 항만이 부산에 있습니다. 공항과 항만이 인접해 서비스할 수 있는 물류 루트와 화물 종류가 훨씬 다양해집니다. 가덕신공항은 단순히 지역민 국제선 이용 편의를 높이려는 민원 차원의 공항이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과 항만물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결국 국익을 향상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입니다.
다른 지방공항과의 이런 차이점을 정부에 충분히 이해시키고, 공기 단축과 조기 착공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정치권·지방자치단체·시민사회의 거버넌스가 과연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할 때입니다.
소속 정당이 달랐던 인접 지자체장과도 특별광역연합 구성에 흔쾌히 뜻을 모았던 부울경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3곳 모두 같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뀌었는데, 오히려 훨씬 더 어려운 행정통합을 구실로 특별광역연합을 깨버렸습니다.
작은 이해를 뛰어 넘어 협력의 거버넌스를 갖추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책임이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에 있다는 점만큼은 잊지 말고, 작은 공통점에서부터 협력의 돌파구를 넓혀 갔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