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다가 생면부지의 사람으로부터 돌려차기를 당했는데 정작 피해자는 관련 CCTV를 제대로 볼 수도 없었습니다. 지난달 부산 영도구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 사망사고가 났는데 대형 화물에 부딪혀 숨진 초등학생의 아버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가해 차량의 업체명도 몰랐습니다.
묻지 마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누군지 묻지 말라는 게 현행법입니다. 피해자는 최소한의 증거물조차 얻지 못하고, 소송 도중 가해자에 신분이 그대로 노출돼 보복 두려움까지 안고 살아야 합니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피해자의 알 권리가 배제되면서 가해자를 향한 피해자의 공포와 두려움은 더욱 커집니다. 수사기관은 가해자의 사생활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피해자는 이미 일상에서 자유를 억압당하고 있고, 인격권을 짓밟혔습니다.
감옥 속의 가해자는 피해자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데, 정작 감옥 밖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 불안에 떨어야 합니다. 서면 한복판에서 귀가하던 중 한 남성으로부터 돌려차기를 당해 쓰러졌던 여성은 가해자가 '째려봐서 기분 나빠서 때렸다'고 말한 사실도, 나중에 혐의가 상해에서 살인미수로 바뀌었다는 사실도 언론 보도를 통해 들었다고 합니다.
출소하면 복수하겠다는 가해자의 보복 의사를 전해 들었지만, 그는 대책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회복적 사법'을 위해서는 피해자의 알 권리가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사법 선진국에서는 피해자통지시스템을 통해 피해자가 원하는 수준의 사건 수사 내용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선진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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