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안전한 도시는 어른들의 몫입니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스쿨존에서 계속 사고가 나는 이유는 무계획적 난개발이 부른 참사라고 했습니다. 산업단지와 도로 확보에만 신경 쓰고 학교와 도서관 같은 공공 생활 인프라는 뒷전인 위정자들의 탓이라는 것이죠. 최선의 방안은 도시재생과 마을 재구조화 사업을 연계해 도시설계를 새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어린이들의 통학 환경에 관한 공간정보 모니터링과 교통사고 발생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역시 어른들의 과제입니다.
어버이날을 하루 지난 9일 영도 청동초등 학부모들이 거리에 나섰습니다. 100명이 훨씬 넘는 인원이 모였지만, 집회는 조용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침묵시위를 택했습니다. 이들은 떠난 아이를 눈물로 추모했습니다. 각 기관이 마련한 안전한 통학로 조성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기를 바랐습니다.
참사 이후 부산시와 영도구청, 경찰은 각종 안전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그런데 집회 참가 학부모들은 구청의 진정한 사과를 먼저 요구했습니다. 아직 이번 참사에 책임져야 할 구청이 아무런 사죄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차례 사고 위험을 알리는 경고를 학교 측에서 했지만, 관련 기관은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집회 자리엔 영도구부구청장이 찾아와 위로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구청장은 왜 오지 않았을까요? 부구청장은 청동초등뿐만 아니라 영도구 다른 초등학교의 안전대책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모든 어른들이 책임을 다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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