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선진국들에 비해 대중교통 요금이 저렴하기로 유명합니다.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기를 다루는 인기 TV프로그램에서는 공항철도와 서울 지하철, 버스 등의 연계 교통망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습니다. 거미줄처럼 깔린 서울 지하철 교통망은 깨끗하고, 저렴하고, 빠르고, 안전해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아직 제2도시 위상을 갖는 부산만 오면 사정이 급격히 달라집니다. 지하철은 4호선까지 놓이고, 동해선까지 5호선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버스와 지하철 사이의 유기적인 연계가 아쉽다는 평가가 많이 나옵니다. 도시철도와 같은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가 그렇게 많은데도, 조금만 도심에서 벗어나도 10분 이상의 버스 배차 간격을 감수해야 합니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버스건 지하철이건 동해선이건 ‘콩나물 시루’가 일쑤입니다. 몇 번 이런 경험을 한 시민들은 차라리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선택하게 됩니다.
오는 10월 6일 부산의 버스요금이 350원 인상됩니다. 도시철도 요금은 내년 5월까지 300원 오릅니다. 이로써 부산의 대중교통 요금은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비싸집니다
이런 요금인상을 초래한 원인으로 낮은 대중교통 분담률이 꼽힙니다. 서울은 대중교통 분담률이 60%를 넘는다는데, 부산은 40%대에서 오르지 않습니다. 운송 손실을 메우려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건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차가 너무 많아 아예 도심에는 차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서울 사람들 마인드라고 일단 위안해봅니다. 부산의 교통 정체가 심하다 해도 서울 만큼은 아니기에, 자가용 이용에 더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많다는 이야기인데, 이건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합니다.
그것보다 부산시가 진정으로 대중교통 분담률을 높일 생각이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박형준 시장의 ‘15분 도시’ 공약 중 가덕신공항과 동부산을 연결하는 부산형 급행철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정책은 대심도 같은 자가용 승용차 도로, 다리, 터널에 대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건설 경기 부양의 한 형태가 육로 교통망 확충이라고 따금하게 지적하기도 합니다.
300만 이상 시민이 사는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부산은 낙동강과 동남해안을 낀 천혜의 입지를 갖고 있습니다. 내륙 중심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방사형 도로를 갖출 형편은 못 되지만, 현재 갖춘 도로망과 함께 수상 운송로를 적극 활용한다면 시민들의 편의는 물론,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부산시의 과감한 발상 전환과 대중교통 활성화 의지가 관건입니다.
도로, 터널, 교량 건설에 투입하는 예산 비중을 줄여 대중교통에 쏟아야 합니다. 버스의 경우 중복 노선을 줄이면서 교통 오지 배차 간격 단축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합니다. 대중교통 이용률 향상을 위해서는 독일 등에서 시행한 기간 지정형 대중교통 정액권 발행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중교통 분담률이 높아지면 현재 부산시가 도시철도와 시내버스 업계에 지원하는 손실 보전보다 훨씬 적은 예산을 시민에게 직접 지원하면서 수요를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버스와 도시철도만으로도 부산 어디든 편하고, 저렴하고,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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