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누들 캐릭터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웡카와 단짝으로 주연급 비중인데도 특별히 ‘케미’가 잘 맞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초인 움파 룸파보다도 존재감이 약했습니다. 웡카를 돕는 세탁소 동료들도 적재적소에 제각기 능력을 발휘하지만 개성이 없고, 그저 이야기 전개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습니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건 스토리입니다. 전체적으로 개연성이 실종됐고, 갈등의 해결 과정이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웡카의 초콜릿이 마법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어 손쉽게 위기를 해결합니다. 긴장감이 없으니 전체적으로 밋밋하고 지루합니다. 판타지 장르의 필수 요소인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지도 못했고,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대목도 없었습니다. 관객을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창의성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일부 관객의 지적처럼 ‘지난 연말에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큰 기대에 비해 아쉽긴 하지만, ‘웡카’는 가족이나 연인, 특히 어린 아이와 함께 편안하게 감상하기 좋습니다.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 없이 가족애를 강조한 덕에 연말 힐링용 영화로는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웡카’는 지난해 12월 북미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개봉 한 달 만에 글로벌 매출액이 ‘듄’(2021)을 넘어서 샬라메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됐습니다. 한편, ‘웡카’의 영상 작업을 한국 출신인 정정훈 촬영감독이 주도했다는 점이 흥미를 끕니다.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신세계’(2013) 등 다수의 명작을 탄생시킨 정 감독은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에 얼마나 동화될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두고 촬영했다”며 “눈에 띄는 영상미보다는 사실성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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