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처음엔 속도를 내기 위해 앉아서 노를 저었어. 광안대교까지 반 정도 남은 거리에선 선배들처럼 일어서서 노를 젓기 시작했는데, 초보라서 아무래도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았지만 스릴감이 있어서 더 재미있었어. 몸이 기우뚱거릴 때마다 보드에 철퍼덕 주저앉으면 모양은 빠지긴 해도, 바다에는 빠지지 않을 수 있어. 그렇게 20분 정도 지났을까? 광안대교 주탑 바로 앞까지 도착했어. 해변에서 볼 때 아주 멀어 보이던 곳까지 도착하니까 작은 성취감이 느껴지더라고. 자신감도 붙어서 목에 건 방수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을 마구 찍어봤어. 물론 여기서 전화기를 놓치면 끝장이니까 서서 찍지는 못하고, 보드에 앉은 채로 조심조심 촬영했어. 광안대교 배경으로 해상에서 ‘셀카’를 찍으니 완전 색다른 기분이 들더라. 힐링하기 좋은 자리도 하나 추천할게. 먼저 가는 선배들을 눈여겨봤는데, 주탑 우측에 있는 ‘앵커리지’ 바로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더라고. 보드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어 보니까 해류 때문에 자꾸 해변 방향으로 밀려나던데, 앵커리지 아래에 있으면 해류 영향을 안 받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쉴 수 있는데다 그늘도 져 있으니 조용히 휴식하기 딱 좋더라. 잔잔한 파도에 몸을 맡긴 채 해변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만한 힐링이 없는 거 있지. 개인적으로 이때가 이날 최고의 순간이었어. 셀카 몇 장 더 찍고 해변 쪽으로 돌아가는데, 누가 봐도 SUP ‘고수’로 보이는 사람이 있어서 ‘해상 인터뷰’를 해봤어.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거든. 아니나 다를까, 김은호(40) 씨는 여름이 되면 주말마다 SUP를 타는 마니아였어. 오는 22일 열리는 ‘2024 수영구민 SUP 대회’에도 남천1동 40대 대표로 출전한대. SUP를 보통 여름 스포츠로 많이들 생각하는데, 은호 씨는 여름보다 가을에 더 자주 즐긴다고 해. 가을이 되면 여름 못지않게 바다 수온이 높아져서 SUP를 즐기기에 좋다고 하네. 실제로 지난해 해양수산부 통계를 찾아봤더니 해운대해수욕장 관측소를 기준으로 평균 수온은 6~7월이 약 18도, 8월이 25.6도였고 가을인 9월과 10월은 각각 24.2도, 20.9도였어. 여름과 가을 바다 수온이 큰 차이가 없었고, 특히 9월은 6~7월보다도 수온이 따뜻했어. 겨울에는 SUP에 중독된 진짜 마니아가 아니면 즐기지 않는데, 은호 씨도 1월 1일이 되면 두꺼운 5mm 슈트와 방한장갑 등으로 채비를 단단히 하고 바다로 나선대. 해돋이 때 해상에서 해변을 바라보면 수많은 인파가 동시에 켜는 휴대전화 플래시 세례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하네. SUP는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단연 인기몰이 중이야. 이날도 동아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찾아와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더라고. 황지후(15) 군에 따르면 학교 측에서 매년 이맘때가 되면 현장체험 학습 프로그램의 하나로 광안리를 찾는다고 해. 물론 중장년층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남 모(60) 씨는 몇 년 전 광안리해양레포츠센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해 본 게 계기가 돼서,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SUP를 타보기로 했다고 하셨어. 소감을 여쭸더니 이렇게 설명하셨어. “처음엔 균형 잡기가 힘들어서 일어서는 게 쉽지 않던데, 몇 번 타보니 익숙해졌어요. 혼자서 할 수 있고 바다도 볼 수 있어서 여름에 즐기기 딱 좋은 취미에요.” 개인적으로 몇 가지 팁을 덧붙이자면, 햇볕을 오래 맞아야 하니까 선크림은 당연히 필수인데 선글라스까지 함께 챙기는 게 좋을 거야. 대신 혹시 바다에 빠졌을 때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 그리고 앉아서나 일어서서만 보드를 탈 게 아니라, 엎드린 채 파도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추천해. 몸이 두둥실 떠다니는 느낌이라 은근한 힐링 포인트가 될 수 있어. 또 새벽이나 저녁 시간에 SUP를 타면 일몰이나 일출을 배경으로 분위기 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으니 ‘인생샷’을 원한다면 이 시간대를 노려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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