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비백산한 시민들이 괴물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초반 장면은 크리처물의 장르적 재미를 확실히 보여줍니다. 엄청난 속도와 무시무시한 힘, 예민한 청각까지 갖춘 괴물들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설정은 이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흥행할 수 있었던 핵심 요소입니다. 이번 속편에서도 이런 설정을 활용한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이 숨통을 조이는 몰입감을 안깁니다. 괴물이 주인공 코앞에서 서성이는 순간, 등장인물은 물론 극장에 모인 관객들까지 숨을 참게 됩니다. 관객을 갑작스럽게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 기법도 적절히 활용해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영화는 크리처물이지만 오락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기존 시리즈 주인공들이 철저히 생존을 위해 행동했다면, 이번 작품 주인공은 좀 더 의연하게 행동합니다. 사노스키 감독이 ‘피그’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드라마 요소가 가미되면서 영화는 휴머니즘 성격을 갖춘 크리처물이라는 특이한 장르로 변모했습니다. 활기가 넘치던 뉴욕에서 샘은 죽을 날만 기다리던 비관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종말이 다가오자 샘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대피하는 대신 사소해 보이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괴물이 득시글거리는 뉴욕 시내를 가로지르는 위험천만한 여정을 택합니다. 이 선택은 언뜻 개연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가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데다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다는 점이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이 비상식적인 여정에 우연히 동행하게 된 남자 에릭(조셉 퀸)은 샘에게 큰 힘이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인간성을 잃지 않습니다. 마음이 여린데 공황장애까지 있는 에릭은 샘의 도움으로 몇 차례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에릭 역시 통증에 시달리는 샘을 위해 진통제를 구하러 나서는 등 힘이 되어 줍니다. 고요해진 뉴욕에 홀로 남게 된 샘이 의연한 선택을 내리는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공포 영화 ‘어스’(2019)로 얼굴을 알린 배우 루피타 뇽오의 실감나는 표정 연기가 몰입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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