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프랑스여성영화인협회를 창립한 마리-카스티유 망시옹-샤르 감독은 영화 전반에 걸쳐 성평등이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냈지만, 하나의 메시지만 전달하는 데 매몰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민자 출신인 자히아 가정의 삶을 통해 타자화와 차별의 문제를 짚고 다양성과 포용을 강조합니다. 빈부 격차, 지역 차별에 대한 지적도 담겼습니다. 자히아의 꿈을 짓밟는 수도 파리와 자히아의 꿈이 펼쳐지는 교외 도시 스탱의 대비 구조가 인상적입니다. 각종 장벽을 뛰어넘는 화합과 연대가 결국 음악을 통해 이뤄지면서 음악 영화 본질에도 충실했습니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곡해 한결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다악장의 희유곡을 뜻하는 ‘디베르티멘토’라는 제목과도 일맥상통합니다. 특히 실패를 거듭해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진 자히아가 다시 자신감을 찾게 되는 결말부는 잔잔한 감동을 안깁니다. 켜켜이 쌓인 음표들이 화합을 빚는 연출은 약간 작위적인 면모가 있기는 해도 낭만이 있어 울림을 줍니다. ‘디베르티멘토’의 핵심 매력 중 하나는 배경 음악입니다. 한 번쯤 들어 봤을 클래식 명곡이 극 중 상황과 분위기에 맞게 적절히 활용됐습니다. 이 정도면 클래식 명곡 메들리 수준입니다. 특히 라벨의 ‘볼레로’를 선곡한 대목에서 감독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주요하게 사용된 프로코피예프의 ‘기사들의 춤’이나 생상스의 ‘바카날’도 몰입을 돕습니다. 또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베토벤 교향곡 7번, 슈베르트 교향곡 5번 등 반가운 명곡들이 요소요소에 등장해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줍니다. 영화는 실화 바탕이지만 극적인 갈등이나 연출로 감동을 유도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차분하고 절제된 연출로 깔끔하고 담백하다는 느낌입니다. 관객 성향에 따라 단조롭고 뻔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음악, 특히 클래식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극장에서 관람할 만합니다. 올해로 46세인 자히아 지우아니는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실제로 출신과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1998년 디베르티멘토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결성했습니다. 2007년엔 알제리 국립교향악단의 첫 객원 지휘자가 됐고, 청년 음악가 양성을 위해 2008년부터 디베르티멘토 아카데미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헐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의 낙하산 퍼포먼스가 펼쳐졌던 2024 파리올림픽 폐막식 당시 프랑스 국가 연주를 지휘한 것도 바로 지우아니였습니다. 지난달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한 지우아니는 영화 제작진에게 “더 많은 여성 지휘자를 세상에 보여 주고, 젊은 여성들이 자신도 지휘자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꿈을 향해 정진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자신의 꿈을 믿어야 한다. 노력과 인내, 열정이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자신만의 꿈을 놓지 않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 ‘디베르티멘토’를 보고 용기를 얻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