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건재 감독이 연출한 ‘한국이 싫어서’는 2015년에 출간돼 인기를 끌었던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주인공은 20대 후반의 사회 초년생 계나(고아성)입니다. 형편이 좋지 않은 집에서 태어난 계나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우울합니다. 인천에서 서울 강남까지 출근하는 데만 2시간씩 걸리고, 회사에서 하는 일들은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스스로를 ‘한국에서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라 생각하는 계나는 행복을 찾아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 하고 이민을 택합니다. 그러나 한국을 떠난다고 곧바로 낙원이 펼쳐지지는 않습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의 생활도 만만치 않습니다. 영주권을 얻으려면 영어에 능통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제대로 된 직장을 얻기 위해 새로운 학위도 필요합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해야 합니다. 영화는 한국과 뉴질랜드를 오가며 계나의 삶을 비선형적으로 보여줍니다. 계나의 시선과 생각은 한국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청년을 대변합니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방황하고, 바꿀 수 없는 환경과 현실에 분노하거나 좌절합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고, 새로운 출발을 상상합니다. 끝없는 경쟁을 종용하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청춘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는 주제입니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기자의 또래가 모인 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울분 섞인 메시지가 올라옵니다. 얼마 전 한 지인은 회사에서의 부당한 대우에 지쳐 수년간 일한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영화 속 계나의 고민은 2030 세대에게는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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