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는 기술 개발과 연구에 매진하던 창욱(하정우)이 4조 원 규모의 국책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접대 골프의 세계에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창욱은 로비에 능한 라이벌 회사 대표인 광우(박병은) 때문에 매번 어려움을 겪습니다. 수십 억대 대출마저 떠안고 있는 창욱의 유일한 돌파구는 무선 충전 스마트 주차장 사업입니다. 창욱의 회사는 기술력에서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공정한 공개입찰로 경쟁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수의계약으로 정부와 짬짜미하려는 광우의 로비가 또 발목을 잡게 생겼습니다. 광우는 사업을 시행하는 국토교통부의 조 장관(강말금)을 진작에 구워삶았습니다.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창욱은 자신도 로비의 세계에 뛰어들기로 결심합니다. 대상은 국토부 실세로 평가받는 최 실장(김의성)입니다. 광우는 조 장관이 좋아하는 젊은 남자 마 배우(최시원)를 섭외했고, 창욱은 최 실장이 ‘덕질’하는 여성 프로골퍼 진 프로(강해림)와 로비에 능한 박 기자(이동휘)를 어렵사리 동원했습니다. 결국 조 장관 로비팀과 최 실장 로비팀이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골프장에서 각각 라운딩을 돌게 되지만…. 상황은 창욱과 광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골프장에서 펼쳐지는 이른바 접대 골프는 인간의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하정우는 실제 골프장에서 관찰한 사람들의 가식적인 모습에 흥미를 느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는데요. 고위공직자들에게 납작 엎드려 비위를 맞춰주는 두 로비팀의 모습은 꽤 풍자적입니다. 문제는 힘 조절입니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힘이 들어갔습니다. 중불로 적당히 익힐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내내 강불로 요리하니 까맣게 타버렸습니다. 일단 등장인물이 너무 많습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시시각각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각 인물의 배경과 설정, 사연 따위를 대사로 줄줄이 쏟아 놓습니다. 그런데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설정이 ‘투 머치’인 느낌입니다. 캐릭터가 많은데 각각의 개성이 너무 강하니 부담스럽고 몰입을 해칩니다. 비중이 크지 않은 캐릭터까지 특이하면서도 전형적인 설정을 부여한 탓에 작위적인 콩트를 연속으로 보는 것만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