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로비는 ‘심현정의 11시 영화음악콘서트’ 관객으로 북적였습니다. 오전 시간대라 장노년층 비중이 높기는 했지만, 젊은 세대도 적지 않았습니다. ‘올드보이, 운명과 복수의 선율’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인기가 많을 법했습니다. 영화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올드보이>(2003)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은 한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엔딩곡인 ‘라스트 왈츠’는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수준입니다. 그런 올드보이 OST를 실제 연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25일 마티네 공연이었습니다. 이날 공연은 이제껏 본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과 달리 극장 전체가 암전이 되고, 무대 뒤편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 <올드보이> 오프닝 신이 재생됩니다. 영상이 멈춘 직후엔 심현정 영화음악감독의 지휘에 따라 현악기 중심의 ‘부산 필름 뮤직 오케스트라’가 이 장면에 삽입된 OST인 ‘Somewhere in the night’을 연주합니다. 연주자들이 자리 잡은 무대에만 따뜻한 황색 조명이 켜지니 몰입도가 큽니다. 악보를 밝히기 위한 작은 백색 조명들도 귀엽고 마치 별빛을 보는 듯 아름답습니다. 첫 곡을 짧게 연주한 뒤에는 심 감독이 무대 앞에 서서 관객과 인사를 나눕니다. 심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맺은 부산과의 인연을 언급한 뒤 현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감사를 보냈습니다. ‘올드보이’ OST 작곡에 직접 참여한 심 감독은 다음 곡에 대한 소개와 함께 영화의 내용도 간략히 설명해준 뒤 다시 지휘석으로 돌아갔습니다. 두 번째 곡을 연주하기 전에도 영화 속 장면이 잠시 스크린에 재생됩니다. 삽입곡을 연주할 때에는 스틸컷을 슬라이드 쇼로 연이어 보여줍니다. 음악만 들을 때보다 오히려 집중이 잘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