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검찰, 브로커, 형사…. 영화 ‘야당’의 소재입니다. 익숙하다 못해 물리는 재료입니다. 왠지 뻔하디 뻔한, 그저 그런 작품일 것 같다는 선입견이 생깁니다. 하지만 실력 좋은 셰프는 늘 먹던 재료로도 훌륭한 맛을 내죠. ‘야당’ 역시 어딘가 익숙하긴 하지만, 볼 맛이 나는 작품입니다. 영화 제목인 ‘야당’은 수사 기관에 마약 범죄 관련 정보를 알려주고 돈을 받는 브로커를 가리키는 은어입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이강수(강하늘)는 검사 구관희(유해진)로부터 감형을 해줄 테니 야당 일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어차피 앞날이 막막했던 강수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준 관희의 야당 노릇을 합니다. 출세 욕망이 강한 관희는 강수 덕에 실적을 쌓아 승진을 거듭합니다. 잘 나가는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며 호의호식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잘 나갈수록 피를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박해준)는 마약사범들 사이에서 유명한 베테랑이지만, 강수의 야당질이 시작된 이후로 굵직한 실적들을 번번이 빼앗깁니다. 세 사람의 관계는 유력한 대선 후보의 아들인 조훈(류경수)이 마약 사건에 연루되면서 꼬이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킬링타임용치고 스토리가 짜임새 있습니다. 최근 한국 영화들이 혹평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부실한 시나리오였습니다. 사건 흐름이나 인물의 동기에 개연성이 부족해 몰입을 크게 해치는가 하면, 지나치게 뻔하고 단조로워 지루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야당’은 달랐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과 결말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지만, 자세한 과정에선 변주를 적절히 줘 예상을 깨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