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자동차가 시원하게 질주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영화는 꼭 4DX 포맷으로 관람합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나 ‘포드 V 페라리’(2019)를 4DX 관에서 보면 마치 영화 속 자동차에 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카체이싱 액션의 대명사인 ‘분노의 질주’는 두말 할 것도 없습니다. 지난 17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의 4DX 효과는 가히 ‘역대급’이라 평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10번째 작품으로, 전설의 레이서 ‘돔’(빈 디젤 분)과 그 패밀리가 새로운 빌런 ‘단테’(제이슨 모모아)의 함정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분노의 질주가 팬들에게 20년 넘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스토리’에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가족애라는 핵심 메시지, 뚜렷한 선과 악의 대결 구도, 그리고 무엇보다 화려하고 화끈한 자동차 액션을 통한 쾌감이 시리즈의 최대 강점입니다. 스케일은 속편이 거듭될수록 커졌습니다. 2017년 개봉한 9번째 시리즈 ‘더 얼티메이트’에선 핵잠수함이 북극 얼음판을 깨고 솟구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미 갈 때까지 간 것처럼 보이는 ‘분노의 질주’였지만,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은 아직 보여줄게 남아 있었습니다. ‘라이드 오어 다이’는 그야말로 ‘끝장 액션’을 선보입니다. 차량 수십 대가 박살나고 버스가 말 그대로 찢어지는 장면들이 별일 아니라는 듯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여타 영화에선 아끼고 아끼다 클라이맥스로 한 번 보여줄 법한 대규모 액션 씬들이 ‘라이드 오어 다이’에선 예삿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4DX관 의자도 쉴 새 없이 흔들립니다. 가만히 앉아 감상하는 시간보다 의자에서 등이 떨어져 있던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팝콘이나 콜라 같은 간식거리를 들고 오지 않은 게 다행이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영국 런던, 포르투갈 리스본 등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액션 씬들은 모두 훌륭하지만,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영화 초반 이탈리아 로마 시퀀스입니다. 맹렬한 기세로 굴러가는 구형 폭탄을 돔과 동료들이 추격하면서 도시가 말 그대로 초토화 되는데, 특유의 촬영기법과 연출로 박진감을 극대화시켰습니다. 화려한 출연진도 매력적입니다. 돔의 ‘오리지널’ 패밀리들은 물론이고 전작에 등장했던 ‘제이콥 토레토’(존 시나),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 등 스타들이 한 데 모였습니다. 전작 빌런인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와 돔의 아내 ‘레티’(미셸 로드리게스)의 격렬한 맨몸 액션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또 ‘테스’(브리 라슨), ‘이사벨 네베즈’(다니엘라 멜키오르), ‘에임스’(앨런 리치슨) 등 ‘뉴페이스’들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신입 캐릭터’는 초강력 빌런인 ‘단테’(제이슨 모모아)입니다. 단테는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2011)에서 돔과 패밀리가 무찔렀던 브라질 마약왕의 아들로, 10년 동안 준비한 복수를 실행해 돔을 위기에 빠트립니다. ‘아쿠아맨’(2018)으로 얼굴을 알린 제이슨 모모아는 이번 작품에서도 유쾌하고 뺀질뺀질한 매력을 선보였는데, 소시오패스 악당이라는 설정 탓에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연상시킵니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도 스토리는 많이 아쉽습니다. 전체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지고, 반전 요소가 억지스럽습니다. 단테는 매력적인 빌런이지만, 지나치게 전지전능해 보여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분노의 질주 특유의 비현실적이고 과한 액션 역시 호불호를 가르는 요소가 될 수 있겠습니다. 돔은 이번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액션으로 온갖 난관을 헤쳐 나갑니다. ‘아이언맨’ 슈트 정도는 입어야 살아남을 법한 충격을 당하고도 멀쩡하고, 악당이 쏜 저격총 총알은 자동차 문짝도 뚫지 못합니다. 물론 현실성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거슬리지 않겠지만, 관객에 따라 유치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유쾌한 흑인 듀오 ‘테즈’(루다 크리스)와 ‘로만’(타이리스 깁슨)의 무의미한 말장난이 전작과 비교했을 때 다소 줄어든 점은 좋았습니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시리즈 고유의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방탄소년단(BTS) 지민이 참여한 곡이 삽입되기도 했습니다. 지민은 미국 힙합 아티스트 코닥 블랙과 NLE 초파가 작업한 이 영화의 주제곡 ‘엔젤 파트 1’(Angel Pt.1)에 보컬로 참여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마지막이 아닙니다. 영화의 엔딩과 1개의 쿠키 영상 모두 속편을 암시합니다. 시리즈를 완결 지을 11번째 작품은 2025년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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