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롱디’는 서른을 앞둔 5년차 커플 도하(장동윤)와 태인(박유나)이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다정하고 밝은 도하는 씩씩하고 시니컬한 매력의 밴드 보컬 태인을 언제나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알콩달콩 즐거운 연애가 4년이나 이어졌지만, 태인이 곡 작업을 하겠다며 거제로 내려가겠다고 선언하면서 두 사람은 ‘롱디’(Long distance: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됩니다. 마음이 여린 도하는 이사를 돕던 중 눈물을 보일 정도로 태인과 떨어지기 싫어합니다. 두 사람은 영상 통화와 SNS를 통해 매일 연락하며 마음만은 함께 합니다. 도하는 태인과 직접 만나게 될 5주년 기념일에는 청혼을 하리라 마음먹고 깜짝 이벤트를 준비합니다. 그러나 도하는 대망의 프러포즈를 앞두고 한 파티에 참석했다가 만취해 ‘블랙아웃’ 상태가 돼 버렸고, 두 사람의 사이가 급격히 틀어집니다. 기존 로맨스 영화와 ‘롱디’의 가장 큰 차별점은 연출입니다. SNS 라이브 영상, CCTV, 영상통화 등 모든 장면이 전자기기 화면으로만 구성돼 영화 ‘서치’를 연상시킵니다. 실제로 ‘서치’ 제작진이 영화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개봉한 ‘서치2’처럼 감각적이고 화려한 연출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화면 연결이 조금 어색하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작곡가의 신곡을 소개하는 인터넷 기사에 링크가 걸려 있는데, 링크를 클릭하자 바로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가 재생됩니다. 현실에서 이런 기사는 본 적이 없습니다.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아 순간적으로 몰입이 깨지는 대목입니다. 필요하지 않은데 굳이 영상통화를 하거나 SNS 라이브를 진행하는 장면들도 아쉽습니다. 도하와 태인의 사이를 갈라놓는 주범 제임스(고건한)가 등장하는 씬들이 어색합니다. 재수 없지만 돈 많은 유명인사인 제임스는 도하의 고객이자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합니다. 극중에는 도하와 제임스가 영상통화를 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사실 굳이 얼굴을 보고 얘기할 필요가 없는 상황입니다. 제임스의 실시간 인터넷방송에 달리는 댓글들은 현실감이 떨어집니다. 정신이 나간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인 ‘도랏맨’을 ‘돌았맨’이라고 쓰는건 처음 봅니다. 극중에는 분위기가 전환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제임스의 기행이 부른 오해로 갑자기 이별의 위기에 처한 도하가 태인이 숨겨온 비밀을 발견하면서부터입니다. 그런데 그 비밀을 알게 되는 과정도 조금은 어설픕니다. ‘서치’에서 온갖 신종 플랫폼서비스와 구글 검색 등을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아내지만, ‘롱디’에서는 단순히 하드디스크에 저장돼 있던 파일들을 통해 비밀을 파헤칩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무난한 편이지만, 마무리가 조금 급한 느낌도 듭니다. 또 로맨스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은 주연배우들의 연기에서 나오는데, 두 배우 모두 연기가 뛰어났다고 하기는 망설여집니다. 누구나 공감할 법한 오타와 같은 깨알 재미요소와 ‘온택트 롱디’라는 신선한 주제, 외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스크린라이프 연출 방식 자체는 호평 받을 만 합니다. 태인 역을 맡은 배우 박유나가 직접 부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들도 아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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