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Week&Joy
|
2023.11.23. |
|
|
|
[Week&Joy+] 잘 키운 술 한 병, 마을 전체 살렸다 [K술 미래, 사케에서 찾다] <하>
|
|
|
|
10여 년 전 우리나라 전통주는 1차 붐이 일었지만 세계화에 실패했다. 비슷한 시기 ‘사케’는 해외로 본격 진출하며 오늘날 세계인들에게 ‘일본술’이란 인식을 심었다. 사케의 성공 비결에는 국내의 탄탄한 저변이 있다. 민관이 힘을 합쳐 사케를 매개로 교류의 장을 만들고, 수백 년 전통의 양조장들도 지역사회와 함께 꾸준히 활로를 모색 중이다.
|
|
|
|
지난달 21일 오후 일본 후쿠오카현, 신칸센이 지나는 지쿠고후나고야역. 역사 건물 아래 공간에 형형색색 깃발이 휘날리고,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판이 벌어졌다. 바로 옆 공원 잔디밭에서도 삼삼오오 둘러앉아 음식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지쿠고칠국술문화축제 현장이다. 2015년 시작된 이 축제는 출발부터 흥미롭다. 철도역 인근에 현립 규슈예문관이 들어서면서 지역문화를 재조명한다는 취지로 축제가 추진됐다. 행사를 처음 기획한 규슈예문관 직원 안자이 즈카사 씨는 “인근 야베강 주변은 물과 쌀이 많아 예부터 양조장들이 있었는데, 규모가 작아 영향력이 적었다”며 “지역문화의 하나로서 지역 술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2015년 봄 첫 회가 개최된 이래 줄곧 9개 양조장이 축제에 참여 중이다. 방문객들은 100엔짜리 쿠폰 10장으로 각종 사케를 잔술로 맛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양조장별로 경쟁하듯 자신의 술만 홍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주·청주·리큐르 등 주종별로 부스를 차려, 양조장 직원들이 두루 다양한 술을 권한다. ‘긴타로’ 소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니시요시다 양조장의 요시다 모토히코(57) 대표는 “축제 초창기엔 옛날 게이샤 재현 행렬을 통해 마을의 역사를 알렸고, 요즘엔 세미나 등을 열어 새 술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순수하게 술 애호가를 위한 행사인데, 20~30대 젊은이도 꽤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민관이 손잡고 지역민을 위해 시작한 행사는 점차 입소문이 나 다른 지역민과 외국인이 발걸음을 할 정도가 됐다. 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양조장 경쟁력도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다. 규슈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고토우 양조장의 고토우 가즈오(55) 전무는 “축제에서 우리 술을 마신 뒤 양조장을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며 “9개 양조장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다른 행사에도 같이 참여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
|
|
|
지역사회와의 교류·협력은 사케 성공의 주요 키워드다. 술 브랜드 ‘나베시마’로 유명한 사가현 후쿠치요 주조의 성장은 여러모로 한국 전통주가 참고할 만하다. 사가현 가시마 지역의 평범한 양조장 중 하나였던 후쿠치요 주조는 1990년대 쇠퇴기로 접어들자 판매업자들과 손잡고 위기 타개에 나섰다. ‘사가현 대표 술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다함께 술맛을 연구한 끝에 1998년 당시로선 지역에서 흔치 않은 ‘긴조’급(정미율 60% 이하) 사케 ‘나베시마’를 선보였다. 나베시마는 2002년부터 7년 연속 국내 품평회에서 ‘금상’을 받으며 빛을 발했다. 그러다 2011년 세계적인 와인 품평회 ‘인터내셔널 와인 챌린지(IWC)’ 사케 부문 챔피언에 오르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양조장 관광이 본격화하면서, 양조장은 물론 지역 전체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과 후쿠치요 양조장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이모리 리에(59) 씨는 “‘우리가 키운 술이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며 주민과 나베시마 팬들이 엄청 좋아했다. 수상을 계기로 이 지역의 술을 널리 알리자는 분위기가 모여 ‘가시마 양조장 투어리즘’ 행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2012년 시작된 가시마 양조장 투어리즘은 첫해부터 지역 인구와 맞먹는 3만 명이 참석했다. 코로나로 중단됐다 4년 만에 재개된 올봄 행사에는 10만 명 가까이 몰려 시간제로 방문객을 받을 정도로 지역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 사케로 인한 지역 활성화와 맞물려 후쿠치요 양조장은 지역 재생에도 힘쓰고 있다. ‘국가중요전통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된 가시마 양조장 거리 일대 건물들을 재정비해 레스토랑을 겸한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최근에는 카페도 열었다. 레스토랑은 나베시마 술과의 페어링을 위해 개발한 일식을 제공한다. 부모의 대를 이어 양조장을 물려받을 예정인 맏딸 이이모리 히나코(24) 씨는 “사케는 요리와의 마리아주(궁합)를 이해하면서 마셔야 하는 술”이라며 “단순히 술을 마시는 행위를 넘어, 술을 매개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
|
|
사케 세계화에는 먼저 해외로 진출한 일본 요리의 힘이 크다. 일식과 사케의 페어링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일본 대도시를 중심으로 요리와 사케를 함께 즐기는 레스토랑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후쿠오카현 소도시인 이토시마에서도 프랑스 음식과 사케를 페어링한 레스토랑(르 에라블)이 문을 열었다. 식당 별채에서는 후쿠오카현과 사가현 등 지역 양조장의 다양한 술도 판매한다. 취재에 동행한 알 유니콘 인터내셔널 다카미 히로유키 대표는 “지방의 작은 마을인 이토시마에 일본술 페어링 레스토랑이 있다는 게 놀라운데, 주변 양조장의 다양한 술 덕분인 것 같다”며 “사케는 일본 요리뿐만 아니라 스페인·이탈리아·한국 요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케 업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술 소비가 줄면서 폐업이 늘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은 양조장도 많다. 생산 규모로 규슈에서 손꼽히는 덴잔 주조도 코로나 시기에 변화를 모색했다. 지난해 가을, 기존 술 시음 장소를 리모델링해 양조장의 역사와 술을 알리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2층에는 1950년대까지 쓰던 대형 삼나무 탱크 20여 개를 옛 모습 그대로 전시 중이다. 후쿠오카현 구루메 지역의 모리노쿠라 양조장도 100년 된 다다미방 건물을 재정비해 술을 즐기는 별도 공간을 열었다. 모리나가 가즈히로(52) 대표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술의 장점을 즐기면서 마실 수 있도록 이 공간을 마련했다”며 “젊은 방문객을 위해 사케를 활용한 디저트도 개발해 판매 중이다”고 설명했다. 양조장 ‘기다림’ 조태영 대표는 “일본 사케 업계는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경쟁력 있는 양조장만 살아남은 양상”이라며 “가업을 이을 후대를 위해 미래까지 준비하는 점도 부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끝-
|
|
|
|
한국과 일본의 전통주는 여러모로 닮았다. 젊은 층이 자국 술을 꺼리고 외국 술을 선호하는 현실도 비슷하다. 양국 전통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리술 전문가, 양조장 ‘기다림’ 조태영 대표와 일본술 전문가, ‘알 유니콘 인터내셔널’ 다카미 히로유키 대표가 지난달 말 <부산일보>의 일본 사케 양조장 취재에 동행하며 대담을 나눴다.
|
|
|
|
‘이름’. 사전적 의미에서 이름은 사람의 성 아래에 붙여 다른 사람과 구별해 부르는 말이다. 이름은 다른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그 사람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 세상으로부터 이름을 부여받는다. 지금은 작명소에서 이름 짓는 일이 흔한 일이지만, 그 옛날에는 부모가 직접 자녀의 이름을 짓기도 했고, 할아버지나 웃어른, 이웃이나 학식이 꽤 높은 지인이 대신 지어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한번 지어진 이름은 평생 바꿀 수 없다고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촌스럽게 느껴지거나, 놀림감이 된다는 이유 등으로 이름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평생 꾹 참고 살아야 했던 때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2005년 대법원이 개인의 성명권을 존중하며 권리의 남용, 악용이 아닌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해야 한다는 판결을 한 뒤 성명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 추구와 인격권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며 개명을 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들이 개명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개명 이후 삶이 어떻게 달려졌을까. 개명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
|
|
|
'Week&Joy'를 매주 받아보고 싶다면?
|
구독
|
|
|
|
오늘 Week&Joy가 마음에 드신다면 부산일보의 다른 뉴스레터도 구독해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보기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