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박수와 함께 상영이 끝난 뒤에는 간단히 감상평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시네마’가 30분 가량 진행됐다. 국립부경대 신문방송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글이출판 대표 이슬기 작가가 모더레이터로 나섰다. 이 작가는 “영화를 보고 ‘혈중영화농도’가 떨어지기 전에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한다”며 “소감 한 토막을 말씀해 주시면 된다.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도 좋다. 부담스러우면 마이크를 옆으로 넘기셔도 괜찮다”며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한 데 모인 관객들은 각양각색의 리뷰를 마음껏 공유했다. 영화를 본 직후에 곱씹게 되는 인상 깊은 장면이나 대사들은 머릿속에서 고스란히 리플레이 됐다. ‘혈중영화농도’가 짙은 상태인 덕이다. ‘그 대사 좋았지’ ‘그 장면 나도 좋았어’라고 공감하며 연신 고개가 끄덕여졌다. 솔직하고 톡톡 튀는 해석을 내놓은 관객도 있었다. 극 중 나영의 남편인 ‘아서’를 두고 ‘보살’이라고 표현한 평가에 객석이 웃음바다가 됐다. 한 관객은 “나영과 해성의 관계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며 “살면서 놓친 먹먹한 관계들이 있는데, 그런 관계들도 되돌아보면 아름다운 것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해 공감을 자아냈다. 마지막 순서로 감상평을 밝힌 한 어르신은 “놓치고 못 봤을 영화를 부일시네마를 통해 보게 된 ‘인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으니 혼자 보고 가버리는 것보다 훨씬 생각을 자극하고, 감동과 여운이 남는다. 역시 영화는 함께 봐야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패스트 라이브즈’는 피천득 작가의 수필 ‘인연’이 떠오르는 영화였다. 일본인 여성 아사코와 세 번의 만남과 이별을 경험한 이야기가 오버랩됐다”면서 이별의 아픔을 담아낸 ‘인연’의 마지막 구절을 낭독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지인의 초대로 극장을 찾았다는 신귀주(54) 씨는 “다른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더 잘 되고 공감이 갔다”며 “다음 부일시네마에도 오고 싶다. 꼭 당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를 통해 이벤트 참여를 신청하면 매달 추첨을 통해 영화관람권(1인 2매)을 증정한다. 다음 이벤트 응모 기간은 6월 초에 공개할 예정이다. 내달 상영작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개인 투자자들이 월 스트리트 거물들을 한 방 먹인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코미디 영화 '덤 머니'(2024)다. 실화를 박진감 넘치고 통쾌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즈니 실사 영화 ‘크루엘라’(2021)로 주목 받았던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이 연출했다. 이어 7월부터 연말까지 △코다(2021) △로봇드림(2024) △리빙: 어떤 인생(2023) △말없는 소녀(2023) △위대한 작은 농장(2023) △바튼 아카데미(2024)가 차례로 스크린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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