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의 피로는 아직 풀리지 않았지만 아침 일찍 깨지 않을 수 없다. 굳게 닫힌 테라스 문틈으로 들려오는 어린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풍덩거리는 물소리 때문이다. 눈을 부비며 테라스로 나가자 시원한 풍경에 잠이 확 달아난다. 오른쪽으로는 푸른 바다의 잔잔한 파도 사이로 햇살이 반짝인다. 바다와 리조트 사이에 마련된 초대형 야외 수영장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아침 수영을 즐기는 중이다. 서둘러 대형 수건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간다. 먼저 야외 수영장에 뛰어들어 몸에 가득한 피로부터 씻어낸다. 이어 바다 바로 앞에 설치된 비치파라솔 아래 리클라이너 벤치에 몸을 누인다. 덥지도 차지도 않은 바닷바람이 선선하게 온몸을 휘감고, 나지막하게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는 자장가처럼 머리를 감돈다. 이미 싸울 의지를 잃은 두 눈은 스르르 감겨버린다. 옆방에서 뒤늦게 깨어난 지인의 재촉 때문에 늦은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이번에는 셔틀버스를 타고 골프장으로 향한다. 사람이 많지 않아 복잡하지 않았던 덕분에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며 느긋하게 공을 친다. 카트를 직접 몰고 이동하다 우연히 지나치는 사람들을 만나면 밝은 미소로 인사한다. 그들의 얼굴에도 멋진 풍경만큼이나 아름다운 웃음이 가득하다. 골프장에서 돌아온 뒤 다시 대형 수건을 들고 야외 수영장으로 내려간다. 이번 자리는 야외수영장에 설치된 파라솔이다. 물속에서 깔깔거리며 웃는 소녀들, 구명대를 착용한 채 아빠 품에 안겨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 아이, 인스타그램에 올릴 멋진 사진 한 장을 건지려는 여성들, 히잡을 쓴 것도 모자라 온몸을 옷으로 두른 이슬람 여성, 남편은 어디 갔는지 혼자서 멍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할머니…. 같은 리클라이너 벤치이지만 바다 바로 앞과는 다른 분위기다. 다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는 없어도 어쨌든 즐겁고 신난 것만은 눈치 챌 수 있다. 세상에 사람 구경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는데, 벤치에 드러누운 채 눈만 굴려 수영장을 둘러보는 지금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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