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관광을 온 것처럼 보이는 할머니들이 유채꽃을 먹던 옛날이야기를 나누며 감회에 젖는다. 옛날에는 유채로 김치, 나물을 해 먹었고, 기름도 짜먹었다는 등의 이야기다. 제주도에서는 유채를 지름 나물이라고 부른다. 기름의 사투리가 바로 ‘지름’이다. 카놀라유라는 기름이 있는데, 캐나다에서 품종 개량한 유채 기름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채가 양기에 좋은 음식이라는 점이다. <동의보감>에 그런 내용이 나온다. ‘유채를 오래 먹으면 양기가 왕성해져 음욕이 생긴다.’ 이 내용을 생각하면서 유채꽃 영어 이름을 살펴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레이프 플라워(rape flower)’다. 레이프의 뜻은 ‘성폭행’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성폭행 꽃’이라는 건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 ‘rape’라는 이름은 ‘순무’를 뜻하는 라틴어 ‘rāpa’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기를. 호미곶 유채단지를 가로지르는 논두렁길에는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꽃을 보려는 관람객으로 가득하다. 저마다 표정과 모습은 다르지만 유채꽃 향기에 푹 빠져 헤어 나올 줄 모른다는 사실만은 똑같다. 꽃을 배경으로 다양한 모습을 찍는 사람, 그저 꽃향기에 취해 이리저리 걸어보는 사람, 꽃 사이에 놓인 의자에 앉아 황홀한 얼굴로 꽃에 취한 사람,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는 것인지 잔뜩 흥분한 채 휴대폰 사진을 찍는 중년부부. 호미곶 유채단지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위쪽에 다 올라가서 등을 반대로 돌리는 순간 나타난다. 바로 바다가 유채단지 아래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푸른 바다와 노란 유채꽃.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도로와 집과 전신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자연과 각종 소품이 뜻밖의 ‘부조화스러운 조화’를 보이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왼쪽을 보면 호미곶 해맞이광장과 새천년기념관은 물론 국립등대박물관 앞의 하얀 등대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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