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토양에서 세계 각국과 치열한 경쟁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더구나 노벨상 수상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과학은 특히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를 바랄 수 없는 분야라고 한다. 이웃 일본이 의·과학 분야에서 27명(외국 국적 포함)의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100년 전부터 꾸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시간과 선행 연구가 많이 쌓여야 결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 정부가 처음부터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려고 한 것은 아닌 듯하다. 올해 3월만 해도 정부는 ‘제1차 국가 연구개발 중장기 투자 전략’을 발표하면서 2030년 과학기술 5대 강국 진입을 선언했다. 연구개발 예산은 정부 총지출의 5% 수준을 유지하며, 5년간 170조 원 투자를 약속했다. 연간 34조 원 규모인데, 감축된 내년 예산액 25조 9000억 원보다 8조 원이 더 많다. 그러던 것이 ‘과학계 카르텔’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분위기는 급전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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