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정확히는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건국전쟁’ 띄우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그 선두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지난 설 연휴 중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건국전쟁’에 대해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이승만 대통령기념관 건립 사업에 5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인사들도 잇따라 대열에 합류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건국전쟁’을 관람한 데 이어 현역 의원이나 총선 출마 예정자들도 SNS 등에 관람 후기를 올리고 있다. 그중 부산의 어느 의원은 “오는 4월 총선은 제2의 건국전쟁이다. 반드시 자유 우파가 승리해서 건국-산업화-민주화-선진화로 이어진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국전쟁’의 흥행을 미심쩍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이념몰이 목적의 관객 동원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런 의심은 진영을 떠나 과거에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가 개봉했을 때 이해찬 전 총리 등 당시 여권 인사들이 앞다퉈 관람했다. 문재인 정부 때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건국전쟁’의 영화적 수준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그런 것은 상당 부분 개인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건국전쟁’ 흥행의 배경이 순수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지적할 수 있겠다. 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 시점이라 특히 더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