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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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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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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정치인 숏폼 홍보, 할 거면 제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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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50여 일 앞둔 정치권에서 신경 쓰는 부분이 20~30대 젊은 세대들의 표심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이다. 이들의 표심을 얻기엔 기존 방식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정치권이 숏폼(short-form)이라는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숏폼이란 글자 그대로 짧은 길이의 영상을 말한다. 짧게는 15초에서 길게는 10분 이내의 영상까지 다양하다. 흥미를 유발하고, 웃음을 추구하는 강렬하고 짧은 콘텐츠. ‘영상이 길면 보지 않는다’는 예능 상식이 이제 총선 주자들의 홍보까지 바꿔 놓는 모양새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이나 고령층에도 간결하고 쉬운 형식이 더 잘 ‘먹힌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홍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의 입장에선 마냥 좋게만 인식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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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로 넘어가는 한국이지만 여전히 20, 30대의 청년 인구는 28.8%(2023년)에 달한다. 이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기긴 힘들다. 이 때문에 정치인이면 청년들의 표심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각 당의 예비 후보나 주자들은 숏폼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거나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틱톡(TikTok)을 비롯해 인스타그램의 릴스(Reels), 유튜브의 쇼츠(Shorts) 등 여러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숏폼을 선보인다. 정치판에서 숏폼을 활용하는 이유는 짧은 형식으로 정보를 전달해 유권자들이 총선 주자들의 정책, 캠페인 메시지, 현재 정치적 이슈 등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총선 주자 입장에선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동영상을 통해 시각적으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홍보 수단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정보를 접하곤 한다. 지난해 3월에 나온 ‘소셜미디어‧검색포털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전국 15~59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8.9%가 숏폼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대는 82.9%, 30대는 73.9%가 숏폼을 접해 봤다고 답했다. 숏폼이 젊은 층에서 최적의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만큼,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숏폼 활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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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은 2022년 대선에서도 활용됐다.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15초짜리 숏폼이 화제가 됐다. 탈모 관련 지원 정책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영상이었다. 이 후보의 숏폼이 화제가 되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당시 유튜브를 통해 59초 분량의 생활 밀착형 공약을 제시하는 영상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정치권은 4·10 총선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동작구을 출마를 준비하는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즉석 길거리 인터뷰를 하는 숏폼 채널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나 전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로스쿨 입학시험 문제를 푸는 영상을 제작해 한 달 만에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전 서구갑 출마를 준비하는 유지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자신이 올린 인스타그램 릴스 동영상의 조회수가 수백만 회를 넘었다. 숏폼을 통해 선보인 ‘나루토춤’은 젊은 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춤으로 ‘유 후보가 포인트를 맛깔나게 살렸다’ 등의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나경원 전 의원을 비롯해 몇몇 예비 후보들의 이 같은 홍보 방식이 먹히자 다른 총선 주자들도 숏폼을 활용해 하나둘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쇼츠나 릴스 등에서 유행하는 ‘나루토춤’ 등을 활용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후보들부터 선거 브이로그, 경력과 스펙 소개 영상, 대형 정치 유튜브 채널 출연까지 활용 형태도 다채롭다. 이뿐만이 아니다. 4·10 총선이 다가오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정당들도 숏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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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선보이는 숏폼은 최근 유행하는 챌린지를 정치인들이 따라 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일단 짧은 영상과 쉬운 글로 유권자들의 눈길은 끌게 됐지만, 이 정책이 왜 필요하며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메시지가 잘 안 보인다는 얘기가 들린다.
숏폼 콘텐츠가 대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총선 출마자들의 공약은 흥미만 끌면 되는 게 아니다. 짧고 강렬하게 내지른 뒤 ‘아무튼 잘해보겠다’는 식의 홍보는 곤란하단 얘기다. 20~30대 청년 유권자들은 숏폼에 대해 처음에는 재미에 무게를 두었으나, 최근에는 내용을 보는 경향이 많아졌다. 그만큼 총선을 앞두고 젊은 유권자들이 깐깐해졌다는 얘기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잘못 만들면 자칫 경박스럽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정치인의 숏폼은 유권자와의 소통과 그 진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좋다. 재미와 내용,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20대 한 청년 유권자는 “하고 싶은 공약이나 메시지를 담아야지, 정치인이 나와서 어설프게 춤추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후보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청년들을 이해하는 것은 청년들이 원하는 것을 청년들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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