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울산지검은 44명 중 7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은 불구속기소했다. 20명은 소년부로 송치했다. 13명은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됐다. 알코올의존증을 앓고 있던 피해 여중생 아버지가 5000만 원을 받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울산지법은 기소된 10명에 대해서도 부산지법 가정지원 소년부 송치로 결정 내려 사건은 일단락됐다. 당시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의 진학이나 취업이 결정된 상태고 청소년들로 성적 호기심이나 충동적 집단 심리로 인해 저지른 우발적 측면을 참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소된 이들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보호처분이 내려졌을 뿐 사건 가해자 중 단 1명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전과 기록도 남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또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해 여중생에 대한 신상 노출과 인권침해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여경 입회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피해 여중생을 가해자와 직접 대면시켜 지목게 하는 등 상식 이하의 조사가 이뤄졌다. 특히 한 경찰관이 “밀양 애도 아니면서 왜 여기 와서 물을 흐려 놓느냐. 네가 먼저 꼬리 친 것 아니냐”고 말해 큰 문제가 됐다. 가해 부모들이 피해 여중생을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며 막말하는 등 지역사회의 2차 가해가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피해 여중생은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로 우울증 앓고 자살을 기도하는 등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피해 여중생 무료 변론을 맡았던 강지원 변호사는 피해 학생이 받은 상처는 상상을 초월하며 아직도 고통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솜방망이 처벌에 불붙는 사적 제재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근황이 알려지자 인터넷상에는 이들에 대한 비난 글과 함께 ‘특검으로 발본색원하자’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피해자에게 꽃뱀 운운하던 가해자 부모를 밝혀내 망신을 줘야 한다는 격한 반응도 쏟아진다. 일부 가해자를 옹호하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이 성토 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사적 제제가 횡행하는 것은 사법 정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경찰과 검찰, 법원 모두 집단 성폭행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고 피해자만 만신창이가 된 것은 사법 시스템의 붕괴가 배경에 있다는 것이다. 법정 형량이 지나치게 낮은 문제도 지적됐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철현 교수는 “우리의 형벌 체계가 범죄자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해 국민의 법 감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법원에 양형 기준도 있지만 법관의 재량 범위가 너무 넓어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게 심각한 문제다”고 밝혔다. 밀양 사건과 같은 청소년 범죄의 경우도 미국은 특정 범죄에 대해서는 청소년 자격을 박탈하며 형사 처벌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는 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가해자 중심의 현행 사법 시스템을 피해자 중심으로 개혁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사적 제제로 사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명예훼손 등 법적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자칫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고 진위가 불분명한 정보일 경우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오래 전 사건을 재조명할 경우 누구를 위한 행동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유튜브 가해자 공개도 피해자 동의 여부가 논란이다. 특정 사건의 상처와 고통이 양상을 달리하며 계속 이어지게 해서 분노와 적개심을 키우는 것보다 피해자의 회복과 가해자의 변화로 봉합되게끔 노력하는 것이 공동체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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