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종부세 수입은 전년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2022년 거대 양당이 합의해 종부세를 대폭 깎아준 탓이다. 전년도보다 2조 6068억 원가량 크게 줄어든 4조 9601억 원. 감소 폭이 무려 전체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종부세는 이미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종부세 세수는 전액이 지방 재정인 부동산 교부세 재원으로 쓰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부가 지방에 내려보내는 부동산 교부세 역시 대폭 삭감됐다. 지방정부 곳곳에서 곡소리가 들린 이유다. 부산 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도 타격이 컸다. 지난해 부산 중구는 전체 예산 총액 대비 부동산 교부세 비중이 12.1%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는데, 부동산 교부세가 깎인 규모(-4.8%)도 세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부동산 교부세 감액 절대 규모가 가장 큰 지자체는 부산 영도구(-154억 원)였다.
사정이 이러한데 앞으로 종부세를 더 완화하거나 폐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방 재정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살림살이가 빠듯한 지자체에 교부세가 많이 배분받는 방식이라서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 대안 없는 원칙 훼손 안 돼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전체 국민 중 2%가 안 된다. 가구주 1명에 딸린 가족까지 포함해 넓게 잡는다 해도 6% 정도. 이들이 보유한 종부세 납부 기준 공시가격 12억 원의 주택은 시세로는 20억 원 이상을 상회한다. 이렇듯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가 주로 부담하는 세금이 종부세다. 마치 서민에게 부과되는 세금인 양 호도하는 건 옳지 않다.
종부세 부과의 목적은 뚜렷하다. 조세 형평성 강화, 자산 불평등 완화, 지역 균형발전. 이 원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특히 세수 감소로 지자체 살림살이에 큰 영향을 미칠 경우 이를 막을 대책이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대규모 감세를 실시했으나 지방소비세·지방소득세 등 세수 보전 대안을 만들어 지방정부의 처지를 도외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윤 정부는 19일 저출생 대책으로 지자체의 부동산 교부세를 활용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불과 얼마 전 종부세를 전면 개편하는 방향으로 얘기해 놓고는 난데없이 저출생 투자에 돌리겠다고 한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일이다.
■ 여론 수렴해 국민 신뢰 얻어야
일관성 없는 정책은 국민들의 믿음을 얻기 힘들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 세력이 국민적 영향이 큰 세금 문제를 갑자기 툭 던져 놓는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종부세 같은 중요한 정책은 다양한 측면에서 정교하고도 합리적인 준비를 통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정부여당도 거대 야당도 당리당략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절대 아니다.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여론을 수렴해 동의를 구하는 게 순리요 도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