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노인 질환자나 말기 환자들이 죽음을 평안하게 맞이하도록 돕는 임종 케어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소중한 가족들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유족들이 느끼는 비애를 치유하고 정상적인 삶으로의 복귀를 도와주는 그리프 케어는 일본에서도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중증장애나 병으로 어린 자녀를 '가슴에 묻은' 부모나 배우자와 사별한 유족 등을 위한 '그리프 케어(grief care·비애 케어)' 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 의사 다케다 야스오(58)씨가 지난 17일 오후 부산여자대학에서 열린 국제세미나 참석차 부산을 방문했다.
슬픔 또는 비애 카운셀링 정도로 번역될 '그리프 케어'는 아직 단어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장애자의 재활 및 치료를 하는 기타큐슈시립 종합의료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다케다씨는 지난 1999년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를 지원하는 모임인 '별의 모임'을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유족 지원과 함께 의료 관계자에 대한 교육활동을 벌이며 일본에서 그리프 케어 확산을 이끌어 왔다.
'살아 남은 사람들'의 비애를 덜어주고 정상적인 삶으로의 복귀를 도와줄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인식한 게 이 분야의 활동을 시작한 계기라고 한다.
그는 "대부분의 일본 소아과 의사들도 어린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유족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의사의 역할은 아이가 세상을 떠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에 대한 배려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같은 경험을 한 부모들이 함께 모여 생전에 자녀의 모습을 서로 이야기하며 심정을 토로하는 등 말조차 꺼내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말을 하게 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또 아예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에게는 피아노 음악을 들려주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덧붙여 '그리프 케어'는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 1명이 하는 게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재활전문가, 체육지도자, 음악가 등이 함께 모여서 공동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용오기자 cho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