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가 빚는 아날로그의 깊은 맛, 젊은이들도 알았으면…"

입력 : 2014-03-11 11:08:51 수정 : 2014-03-11 11: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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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국 'LP 사운드'대표

"LP 레코드가 빚는 소리엔 깊은 맛이 있습니다. CD나 컴퓨터 음악파일로 듣는 가벼운 소리와는 달라요. 요즘 젊은이들이 이런 아날로그 소리의 아름다움을 알았으면 좋겠는데…."

전용국(58) 'LP 사운드' 대표에게 LP는 한물간 음악매체가 아니라 캐내야 할 보석이 무궁무진한 보고와도 같다. 이미 영국 등지에서 LP 매출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LP를 재생하는 턴테이블의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소식이다. 전 대표는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음악의 숲으로 인도하고 40~50대들에게는 추억의 선율을 전해주는 LP가 다시 뜨고 있다고 전했다.

30평 공간에 음반 2만여 장
수천만 원 호가 희귀 LP도
동호회 모임 장소 제공
음악 애호 청소년엔 혜택도


금정구 부곡동 금정구청 맞은편 건물 3층 30여 평 규모의 공간에 가득 찬 2만여 장의 LP 음반들이 이를 잘 말해 준다. 60% 이상이 클래식 음반, 나머지는 팝송인데, 전 대표가 유럽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것이다. 그는 영국·네덜란드·스위스·프랑스 등을 찾아 열흘 이상 머물면서 음반을 찾는다고 했다. "유럽 유수의 '오디오 페어'나 '레코드 페어'에 한국인이 거의 보이지 않더군요." 그의 활동이 독보적인 데가 있다는 말이다. 인터넷 때문에 타격 받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그는 이 일을 멈출 수 없다. "LP 팬들에게 평생 찾지 못한 음반을 구해 주었을 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을 함께 나눌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지요."

하지만 그는 "한국인들은 오리지널 음반에 너무 집착한다"는 비판도 잊지 않았다. 이미 유럽에는 나오지 않은 복각 음반이 없을 정도로 저렴한 복각 음반이 많다"며 "우리나라도 음질 차이가 나지 않는 복각 음반 기술을 통해 좀 더 많은 음반이 팬들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곳 'LP 사운드'에서는 여러 음악동호회에 부정기적으로 모임 장소를 제공한다. 최 대표 자신도 여기 참여해 음악을 듣고 공부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음반을 기부 받기도 하는데 그는 이런 음반들을 모아 음악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곳에는 진공관 앰프와 탄노이·에베레스트 스피커가 갖춰져 있어 음반을 구경하고 고급 오디오로 음악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구입과 판매도 가능하다. 그래서 울산·창원·대구 등 영남지역은 물론 서울에서도 많은 음악애호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전 대표는 "누구나 부담 없이 소장할 수 있는 5천 원짜리 음반부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희귀 음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LP가 있다"고 귀띔했다.

한쪽 벽면에는 커다란 징이 걸려 있다. 격주 토요일 오전 11시 새로운 음반들이 개봉하는 순간 징이 울린다. 부산에서 큰 규모를 자랑하던 'LP 러브'가 1년 반 전 문을 닫은 뒤로 'LP 사운드'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LP 마니아들의 허기를 달래주고 있는 것이다. 수집 음반들은 젊은이들을 위해 인터넷 사이트(lp-sound.co.kr)를 통해서도 소개된다. 부드러운 아날로그 선율이 지금, 거친 소리에 지친 도시인의 귀를 쓰다듬고 있다.

글·사진=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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