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가 5일 0시(현지시간·한국시간 5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본투표는 전통적으로 ‘자정 투표’를 해온 뉴햄프셔주 북부 작은 산간 마을 딕스빌노치 등에서 이날 0시에 가장 먼저 시작됐다. 일반적인 투표 시간은 주별로 다르다. 대부분 오전 5~8시부터 투표를 시작해 오후 7~9시 사이에 마감하게 된다. 첫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유색인종의 해리스 부통령과 백인 남성의 아이콘인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대결은 그 결과에 따라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정치와 경제에 중대한 파급효과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대선의 승패는 막판까지 우열을 가리기 힘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네바다 등 7개 경합주의 표심에 달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7개 경합주 모두 오차범위 내의 초접전 양상으로, 이들 주의 선거인단 총 93명을 어떻게 나눠 갖느냐가 승자를 결정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부를 예측하는 모델은 선거 전 마지막 날까지 동률을 기록했다. 5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미국 대선 결과 예측 모델에 따르면 양당 후보의 마지막 예상 승률(4일 기준)은 50 대 50으로 분석됐다.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탄 해리스 부통령의 승률은 하루 전보다 1%포인트 오른 반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1%포인트 하락했다. 양측의 획득 예상 선거인단 수 중간값은 해리스 부통령이 270명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268명)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투표가 마무리되더라도 차기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전인 2020년 대선에서는 11월 3일 진행된 선거가 4일 뒤인 7일에야 확정됐다. 이번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7개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역대급 초박빙 접전 구도로 흘러온 만큼 투표함을 모두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전 투표 유권자들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개표 지연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유권자는 2억 4400만 명 중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유권자는 1억 6200만 명 수준이다. 현지에서는 이 중 절반 가까운 7820만 명이 사전 투표를 마친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부의 ‘선벨트’ 경합주인 애리조나는 우편으로 사전 투표하는 유권자가 많아 개표 완료와 집계까지 최장 13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을 비롯해 7개주는 선거 전까지 사전 투표 처리 절차를 개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선거 당일부터 밀봉된 봉투를 열어 선거구별로 분류하고 유권자 서명을 확인하는 작업 등이 진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펜실베이니아의 개표 상황과 승리 확정이 전체 대선 결과 확정에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후보가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당선에 필요한 270명을 조기에 확보하거나 압도적인 표차로 승부를 가르면 큰 혼란 없이 선거가 마무리된다. 그러나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당선인 공백’이 길어지면 미국 사회가 재차 극심한 분열과 대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