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이들은 "당에서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며 '왕따'라는 단어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역으로 "여당은 배신자 색출을 그만두라"며 여권 흔들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2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내부에서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일부 초·재선 의원들을 향한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여기도 저기도 낄 수 없는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며 "당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의총장에 저는 갈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당내에서 요즘 색출이라는 단어가 너무 자주 등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의원은 앞서 2차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당내 찬성 투표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2일 인터뷰에서도 "솔직히 말하면 살해 협박도 많고 왕따도 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김 의원을 향한 이 같은 당 안팎의 압박에 대해 "적반하장이다. 계엄을 막은 정치인에게 그런 식으로 막말하거나 위협을 가한다면 민주 공화정에 살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탄핵안 가결 이후 의원들의 SNS 단체 대화방에서는 탄핵 반대 여론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대화방에는 최근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태'에 대한 당무감사, 총선 백서 관련 조사 등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이는 한동훈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를 향한 압박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을 향한 노골적인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친윤 색채가 짙은 원내지도부가 들어서며 원내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 갈등은 더 고조되는 모습이다. 최근 의원들의 SNS 단체 대화방 내용이 연일 전문 형태로 보도되고 있는가 하면, 전날에는 탄핵안 가결 당일 밤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 발언 녹취가 유출되기도 했다.
여당 내홍이 지속하자 민주당은 여권 흔들기에 나섰다.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심지어 탄핵 찬성 의원에게 '배신자'라고 속삭이며 집단 따돌림까지 자행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며 "권력 지키기가 우선인 국민의힘에는 국민도, 국정도, 대한민국의 미래도 안중에 없었음이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배신자 색출, 권력 다툼이 아니라 내란 동조에 대한 반성과 사과"라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