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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아니면 누가”… 팬스타, 북극항로 ‘물음표’ 떼고 ‘확신’ 제시

    입력 : 2026-11-02 18:20:06 수정 : 2026-11-02 18: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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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스타그룹 김현겸 회장 단독 인터뷰
    부산에 본사 둔 유일한 국적선사 자부심
    시범운항 성공 경험으로 부산항 허브와 의지
    “아크로호 매각·용선 검토, 내년 운항 재도전”


    2일 오전 <부산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는 팬스타그룹 김현겸 회장. 김종진 기자 kjj1761@ 2일 오전 <부산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는 팬스타그룹 김현겸 회장.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에 본사를 둔 유일한 국적 정기선사인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지난달 11일 국내 최초로 50일간의 컨테이너선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무사히 마친 팬스타그룹의 김현겸 회장은 당시의 결단을 이렇게 돌아봤다. 지난 5월 팬스타그룹이 이번 시범운항에 단독으로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해운업계의 시선은 물음표에 가까웠다. 유럽 정기선 노선을 운항해 본 경험이 없는 데다, 카페리선을 주력으로 삼아온 선사가 북극항로를 과연 뚫어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와 회의론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승객을 수송하는 국제 여객선을 장기간 운항해 온 팬스타는 승선원과 화물 안전에 있어 일반 컨테이너 선사보다 훨씬 엄격한 관리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며 “카페리 선사가 왜 뛰어드냐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고 일축했다.

    이번 도전은 부산항을 거점으로 한·중·일 화물을 결집해 북극해로 연결하겠다는 김 회장의 장기 구상에서 출발했다. 김 회장은 시범운항이 추진되기 수년전부터 각종 공식행사에서 북극항로의 가능성을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팬스타그룹은 지난 2024년 5300t급 컨테이너선 ‘아너 보이저호’를 일본 정기 항로에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동북아를 중심으로 화물 운송 네트워크를 꾸준히 확장해 나가고 있다.

    김 회장은 “부산을 북극항로의 시작점이자 글로벌 거점으로 도약시키자는 비전을 오래전부터 품어왔다”며 “내부 임원진의 만류가 적지 않았지만, ‘나라 일이고 부산의 일인데 누군가는 길을 터야 하지 않겠느냐’며 밀어붙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북극항로의 경제성을 수에즈 운하와 비교하는 것을 넘어 철도 수송과도 비교해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북극항로는 15일 이상 단축되는 시간 가치와 막대한 수에즈 운하 통과료 면제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고, 일각의 우려와 달리 추가 보험료도 홍해 전쟁 할증료보다 저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대형 선사들의 견제가 심한 수에즈 노선과 소모적인 운임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운송 일수가 비슷한 대륙철도(TSR·TCR) 수요를 더 저렴한 운임과 압도적인 선적량으로 선점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륙횡단철도(TSR·TCR)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등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육상 철도 물류망이다.

    김 회장은 북극항로 시범운항에서 가장 힘들었던 작업으로 선박 확보를 꼽았다. 출항 일정이 확정된 상황에서 후보로 검토하던 선박의 용선·매입 호가가 치솟자, 과거 내빙 등급(Ice Class) 이력을 보유했던 HMM 선박을 직접 찾아내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업계 소문과 달리 헐값 매입이 아니었으며, 출항을 불과 2주 앞두고 배를 최종 인도받았다”며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방한 등 북극운항 설비 복원 공사와 한국선급(KR) 검사를 단 2주 만에 병행 완료해 기적적으로 출항 시기를 맞췄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또 이번 시범운항에 대해 기술적 운항은 ‘성공’, 상업적 운항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출항 전 영업 기간이 한 달 미만에 불과했고, 급박한 추진으로 현지 인프라와 자체 컨테이너가 부족해 당초 목표에 못 미치는 약 700TEU 적재에 그쳐 적자를 냈던 탓이다. 그러나 그는 “극한의 얼음 바다를 안전하게 뚫어내며 북극항로 운항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고, 수십 개 화주사로부터 화물을 직접 유치해 첫 상업 운항을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시범운항 왕복 완주로 팬스타그룹은 한국해운협회로부터 항해성공지원금 200만 달러(약 27억 원)와 공(空)컨테이너를 포함한 물동량 달성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 70만 달러(약 9억 5000만 원)를 받게 된다.

    그는 또 “이번에 투입한 아크로호의 매각 또는 용선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연료 소모가 많은 데다 속도 제한 문제가 겹쳐 정기선 운용에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신 “좀 더 효율적인 크기의 선박을 새로 매입해 내년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다시 도전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김 회장은 “향후 팬스타그룹의 북극항로 전략 핵심을 ‘부산항의 동북아 환적 허브화’”라고 밝혔다.

    중국 선박들이 여러 연안 항구를 들르다 기상 악화로 지연을 겪는 것과 달리, 중국발 화물을 곧바로 부산항으로 유치해 북극항로로 직결하면 운항 일수를 대폭 단축하고, 직항 원거리 노선이 부족한 일본 규슈 지역의 경우 수출 화물 역시 부산항으로 모아 북극해로 바로 보낸다는 구상이다. 유럽발 화물은 컨테이너에 실을 수 있는 벌크 화물을 집중 공략해 왕복 경제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북극항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정부의 역할로 ‘정책적 안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 대형 화주들은 최소 6개월 전 스케줄 공지를 요구한다”며 “매년 일회성 시범운항 이벤트로 진행해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최소 2~3년 이상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노선으로 지정해야만 화주들이 믿고 화물을 맡길 수 있는 정기 항로 생태계가 안착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