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 춤추는 최승희 / 정병호 지음

입력 : 2002-01-15 09:00:00 수정 : 2009-01-12 20: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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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 전세계 전파, 천재무용수의 삶 담아

이 세상에는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여 지은 보배같은 책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자기 개성과 이상에 딱 들어맞는 책을 접하게 되면 삶의 항로에 소중한 빛이 되곤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직업 때문에 무용과 관련된 자서전이나 전기를 읽으면 그 인물에 대한 감동적인 충격이 내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된다.

현대무용의 창시자이며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무용가인 '맨발의 이사도라 던컨'의 자서전이라든지 미국의 현대무용을 세계의 현대무용으로 키운 '마사 그레이엄'의 전기 등이다. 그 가운데 가슴에 더욱 와닿는 책은 정병호 교수가 저술한 '춤추는 최승희'라는 최승희의 전기.

이 책은 정 교수가 만 7년이라는 긴 세월을 두고 그녀의 주변 인물과 증언자들, 그리고 사진자료 제공자들과 국내외의 참고문헌 등 총 781건이나 되는 방대한 관련자료를 수집,조사 분석해서 저술한 것으로 그녀의 삶과 예술을 이해하는 거의 유일한 문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선배이며 스승격인 최승희의 영욕이 점철된 파란만장한 삶과 그녀의 천부적인 예술적 자질과 위업을 접할 때 한편으로는 슬프고 또 한편으로는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승희는 무용예술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이 부정적이었던 시대에 험난한 무용의 길을 선택해 뛰어난 두뇌와 의지,그리고 예술혼으로 천부적인 예술성을 발휘했다.

그녀가 창출한 소위 신무용은 우리 민족에게 긍지와 자존심을 심어 주었고 일본인에게는 문화적 열등감을 안겨 주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인에게 우리 무용예술을 전파했다. 그래서 당시 국내외 언론에서도 최승희를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성 무용가' 또는 '1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무용가'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조국은 이 무용가를 친일파니 용공분자니 반역자니 하는 사상의 쇠사슬에 묶어 끝내는 숙청이라는 비참한 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으니 얼마나 참담하고 원통한 일인가.

언젠가 온 세계인들이 찬양했듯이 우리도 조국의 따스한 가슴으로 그녀의 운명을 포용하고 오로지 위대한 무용가로서의 업적만을 기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최승희의 전기를 읽고 있는 지금, 나는 그녀의 무혼을 사모하고 있다. 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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