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이영애'로 불리는 신인 탤런트 정은경(23). 갸냘픈 얼굴 선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이영애와 닮았다 해서 이름보다는 애칭으로 그를 아는 이들이 더 많다. 실제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만나 보니 빼다 박은 듯했다.
대체로 보통 사람이 연예인 닮았다 하면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탤런트는 동료 연기자 누구랑 비슷하게 생겼다는 말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자칫 개성없는 얼굴로 비칠 수 있기 때문.
그간 신인이어서 제대로 목소리도 못내고 속앓이를 해온 정은경이 일일극 첫 주연을 맡고서 '탈(脫) 이영애'를 외치며 '자기 PR'에 나섰다.
세 자매의 좌충우돌 사랑기를 다룬 SBS 일일극 '연인'(19일 첫 방송)에서 세 딸 중 가장 통통 튀는 성격의 막내 수지로 출연하게 된 것.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두 언니(이민영,최정원)와 달리 내레이터 모델로 연예인이 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당찬 소녀다.
1999년 한 생리대 CF로 연예계에 입문,그간 여러 단막극에서 주인공을 맡아왔지만 이 정도 비중있는 역은 처음.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적잖이 부담이 가는 눈치다. '하루 반짝하다가 이제 6개월 동안 작품을 이끌어간다는 생각에 이르면 막연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진짜 탤런트가 된 느낌이 들고….'
캐릭터를 설명해 달라고 하자 당황스러울 정도란다. '수지란 애는요…'하며 눈을 한 번 깜빡이더니,'자신의 얼굴이 담긴 명함을 만들어 다니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FD오빠(김승수)를 만나 '저 아시죠'하며 PD에게 인사시켜 달라고 조르는 말괄량이 소녀'라고 조목조목 소개한다.
정은경은 사실 이 같은 배역에 이골이 났다. 지난해 3월 MBC 특집극 '가리봉 엘레지'에서 한국 남자와 위장 결혼하려는 다방 종업원 신분의 중국 옌볜 처녀로,이어 KBS 2TV '내사랑 누굴까'에선 이태란과 김정현 사이에 끼어들어 '네 아이 책임져'하며 분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 드라마의 껍질은 일일극이지만 속은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혼으로 채울 예정이어서 미니시리즈에 가깝다. 때문에 튀는 캐릭터인 수지의 역할 여하에 따라 드라마의 향기가 좌우할 것으로 보이며,제작진은 그 점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에게 정·은·경이란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겠다'며 조그만 주먹을 꼭 쥐어보인다.
배동진기자 djbae@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