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복수는 경쾌하게, 반전은 서늘하게

입력 : 2008-07-24 09:00:00 수정 : 2009-01-11 13: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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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형사 '노회' 한석규 나는 범인 '천재' 차승원

"경쾌하고 스피디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친구' '태풍' '사랑' 등을 연출하며 숨막히는 승부를 조율해 온 베테랑 이야기꾼 곽경택 감독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이이')를 내놓으며 올 여름 한국형 블록버스터 대열의 마지막 주자로 합류했다. 인류 최초의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에서 따온 제목답게 통쾌한 복수가 핵심 내용이자 주제. 복수로 시작해 돈으로 끝나는 과정을 스타일리시하고 스피디한 액션으로 그려낸다.

#잇따라 사라진 현금과 금괴

현금 18억원이 실린 신용금고 현금 수송차량이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강탈되고 이어 제주도 공항에선 밀수 금괴 600kg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전설적인 형사 백 반장(한석규)의 이름을 사칭해 완전범죄를 성공시킨 범인은 안현민(차승원). MBA 출신이자 교도관으로 근무한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인 그는 백 반장이 집요하게 쫓지만 번번히 수사의 그물망을 빠져나간다. 쫓고 쫓기는 레이스를 시작한 이들은 어느 날 독대한다. 위기에 몰린 듯해 보이는 안현민은 오히려 여유롭게 백 반장에게 자신의 목숨을 포함한 뜻밖의 제안을 하는데….

#남자들의 의리와 배신

이 작품은 곽 감독이 '제자'인 안권태 감독으로부터 중도에 메가폰을 넘겨받아 마무리한 작품. 뒤늦게 참여한 탓에 제 색깔을 내기란 쉽지 않지만 곽 감독은 전작들 사이에서 질감 차이를 차분히 조율해낸다. 투박하고도 거친 분위기는 덜한 대신 경쾌하고 재빠르며 액션물의 트렌드를 많이 반영한 것. 곽 감독이 "안 감독이 대부분 촬영했고 보충만 했다"고 밝힌 것처럼 범인들이 금괴를 탈취하고 도주하는 차량 추격신과 액션신은 '범죄의 재구성'처럼 가벼운 터치로 그려져 있다. 후반부로 향할수록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남자들의 의리와 배신이 두드러진다.

#스크린서 펼쳐지는 '돈의 사회학'

연초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그랬듯이 이 작품도 범인이 안현민 일당 임을 일찌감치 공개한다. 범인의 과거를 암시하는 부분도 초반에 등장하며 중반을 넘어가면서 아예 범행 동기까지 모두 밝혀진다. 그렇다면 감독의 노림수는 뻔하다. 범인을 찾아 나가는 숨막히는 전개보다는 액션 장면들에 치중하겠다는 것.

그러면서 영화는 돈이 독으로, 다시 독이 돈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스크린에 옮긴다. 한국사회에서 돈의 엉뚱한 흐름에 대한 비판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 극중 지능범 안현민은 돈을 중요시하고 그것을 얻으려 하지만 돈의 노예가 되거나 굴복하지 않는다. '경찰'이란 공권력을 교묘히 이용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돈은 꿈이자 '보너스'이다.

#승부의 끝, 마지막에 웃는 자는?

영화는 '형사-범인'이란 외피를 삼았지만 새로운 스타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예측불허의 승부를 펼쳐나간다. 돈, 지위, 명예 등 모든 것을 처절하게 파멸시키는 완벽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백 반장. 때문에 '형사는 늘 범인의 머리 위에 있던 캐릭터'란 고정관념을 통렬하게 부순다. 범인에게 걸려든 노회한 형사는 초반 복수와 게임에 휘말려 분노에 치를 떨지만 결국 천재적 범인의 철저한 복수 작전에 박수를 보내는 것. 스릴과 통쾌함이 어우러진 결말은 그래서 액션영화의 예술적 경지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31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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