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 독서법] 아이들 유쾌한 상상력 북돋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깨닫게

입력 : 2010-07-23 10:15:00 수정 : 2010-07-23 10: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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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용

여름방학이 되었다. 할머니 댁에 간 아이는 쉽게 잠이 오지 않는가 보다.

"할머니, 잠이 안 와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또 해 주세요!"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 때문인지 이야기를 해 달라고 자꾸 조른다. '올해가 무슨 해지? 맞다. 호랑이 해지.' 할머니는 재미있는 호랑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까르르 웃는다. 여름밤은 그렇게 깊어만 간다.

권문희의 '줄줄이 꿴 호랑이'는 만화책보다 더 재미있고 웃긴다.

옛날에 게으른 아이가 살았다. 어찌나 게으른지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기만 할 뿐 아무 것도 안했다. 결국 어머니가 화를 내자 그제야 아이는 부스스 일어나 일을 했다. 아이는 괭이로 구덩이를 판다. 그리고 온 동네 똥이란 똥은 다 주워서 그 구덩이에 붓더니 흙을 덮고 참깨 한 섬을 뿌린다. 참깨가 주렁주렁 열리자 참깨 기름을 만든다. 강아지를 참기름에 폭 절어서 매끈매끈 반질반질하게 되자 기다란 줄을 만들어 강아지 다리를 나무에 묶는다. 온 산 호랑이들이 고소한 냄새를 맡고 강아지한테 달려온다. 호랑이 한 놈이 꿀꺽 하고 기름 강아지를 삼키자 쏙 하고 똥구멍으로 강아지가 미끄러지고 만다. 다음 호랑이들이 삼키면 나오고 삼키면 나오기를 밤새도록 했다. 덕분에 온 산 호랑이를 줄줄이 꿰어 잡았다. 게으른 아이가 호랑이 가죽을 내다 팔아 큰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줄줄이 꿴 호랑이'의 그림은 익살스럽다. 과장된 행동과 표정이 압권이다.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를 단박에 파악할 수 있다. 더운 여름날 한 줄기 소나기처럼 유쾌한 즐거움을 준다.

'줄줄이 꿴 호랑이'의 허풍은 대단하다. 강아지 한 마리로 온 산 호랑이를 몽땅 다 잡았다고 하지 않는가? 실제보다 지나치게 과장해 믿을 만한 구석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이런 허풍은 우리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듣는 이나 얘기하는 이나 모두 가볍게 한 번 웃고 즐긴다. 이렇게 남을 즐겁게 해주는 허풍은 삶의 활력소이다. 이런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이야기 속에는 무엇보다 무한한 상상력이 있다.

이 그림책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을까? 노력 없이 벼락부자를 꿈꾸는 내용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우리는 힘들 때 로또라도 당첨되길 바란다. 우리가 불성실해서도 아니고 한탕주의가 있어서도 아니다. 잘 먹고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다시 말해 부자가 되고 싶은 서민들의 소박한 마음을 해학적으로 풀어 놓았을 뿐이다. 우리 아이가 이 책을 보고 아무 것도 안하고 빈둥거리면 어쩌지 라는 쓸데없는 생각은 안 해도 된다.

옛이야기는 '구비서사문학'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왜 글이 아닌 말로 전해졌을까? 옛이야기의 주인공을 보면 힘없는 백성이다. 배운 것이 없어 글을 몰라 입으로 구전되었다. '약자'들의 이야기 속을 보면 잘난 자들을 속 통쾌하게 한 방 먹일 때도 있지만 그들에게 버티다 억울한 죽음을 당할 때도 있다. 그래도 옛이야기는 한결 같이 약자 편에 서 있다. 바로 우리가 생각해야만 할 부분이다. 노인, 외국인 노동자, 노숙인, 저소득층, 장애인뿐만 아니라 세상의 잣대 밖에 있는 이들을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가진 게 없는 사람들과 아웃사이더들까지도 함께 행복해져야 하지 않을까?

어린이는 약자이다. 우리 아이들도 부모의 욕망과 허영에 휘둘려서 안 된다. 유쾌한 상상력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해주자.

자료=제목:줄줄이 꿴 호랑이/글 그림:권문희/출판사:사계절

황미용 

현재 교육 사이트 아삭(www.asak.co.kr) 운영자이자 맘스쿨 창의력 논술강사. 저서로는 '깔깔마녀는 일기 마법사' '깔깔마녀는 독서마법사' '빙고 놀토 초등 - 체험학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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